자본연, 올해 1차 'KCMI 이슈브리핑' 개최
남재우 선임연구위원, '초고령사회 다층노후소득을 위한 퇴직연금제도 개편' 보고서 발표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며 노후소득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 속 퇴직연금 운용이 저축에서 투자로 바뀌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퇴직연금 적립금이 500조원을 돌파하는 등 규모가 커졌지만 원리금 보장 상품에 집중된 탓에 노후를 보장하기엔 수익률이 턱없이 낮다는 의견이다. 결국 기금형 제도를 도입해 전문적인 자산 배분 역량을 활용하고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 기금형 제도에 국민연금공단 참여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열린 KCMI 이슈브리핑에서 '초고령사회 다층노후소득을 위한 퇴직연금제도 개편' 보고서를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남 연구위원은 "퇴직금을 중도에 일시금으로 찾아가는 '중도 누수'를 차단하고 미국과 호주처럼 수익률을 7~8%까지 높인다면 퇴직연금으로 소득대체율 30%까지 도달할 수 있다"며 "국민의 필수 가입제도인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2개만으로 적정 소득대체율인 60~70%를 달성해 연금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해선 퇴직연금 운용을 전문가가 맡아 간접투자와 위탁 운용을 극대화해야 하고 이에 기금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퇴직연금 기능강화를 위한 TF(태스크포스)'에서도 노사정(노동자·사업자·정부)은 공동선언문을 통해 기금형 도입과 퇴직연금 의무화를 제시했다. 그러나 노사정은 소득대체율 제고를 위한 요건 중 하나인 중도 누수를 차단하지 않고 허용했다. 공동선언문 결과는 연내 개정을 추진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선언문의 골자는 DC형 기금형 제도로 자금을 모아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것과 세부 유형으로 △비영리 연합형 △금융기관 개방형 △공공형 3가지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남 연구위원은 "기금형의 핵심은 단순히 적립금을 모아 운용 규모를 키우는 게 아니라 근로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기구와 수탁자 책임을 통해 전문적 운용, 이해 상충 관리, 장기 성과평가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지배구조의 개편"이라며 "개별 3가지 유형은 상호 경쟁적 관계가 아니라 각각 제도 목적이 상이한 보완적 관계"라고 말했다.
공공형에 국민연금공단이 참여하는 건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높은 운용수익률과 공단의 기존 인프라를 활용한 낮은 운영비용을 장점으로 주장한다. 남 연구위원은 "국민연금기금의 현행 포트폴리오에 퇴직연금을 그대로 추가해 동일하게 운용할 수 있는 경우에만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운용의 목적과 허용위험이 상이한 두 기금을 동일한 포트폴리오로 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현행 공공형 기금인 근로복지공단의 '푸른씨앗'과 차별성이 없을뿐더러 민간 시장에 대한 공공의 개입은 부정적"이라고 했다.
기금형 도입 이후에도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운용 효율화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DC형에서는 사전지정운용제도, 즉 디폴트옵션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디폴트옵션 규모는 53조3000억원까지 늘어났지만 안정형에 85.4%가 집중돼 전체 수익률은 3.69%에 불과하다.
독자들의 PICK!
남 연구위원은 "가입자의 무관심으로 인한 저수익 상품 방치를 차단하는 게 디폴트옵션 제도의 목적"이라며 "그러나 금융기관이 제시한 3~4개의 상품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현행 '옵트인(Opt-In) 구조로는 한계가 크다"고 했다. 이어 "사업자가 책임지고 하나의 상품만 제시하면 자동으로 상품이 결정된다"며 "결국 디폴트옵션의 성과는 퇴직연금 사업자의 책임이 되고 사업자 간 비교가 되면서 상품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로 경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