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업계의 고질병 '회장님 모시기'

[기자수첩]게임업계의 고질병 '회장님 모시기'

정현수 기자
2011.01.27 06:50

"게임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얼마전 비공개로 게임산업협회(이하 협회) 이사회가 열렸다. 2월로 예정된 협회장 인선을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예상대로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매번 반복되는 것처럼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누구도 맡고 싶어하지 않는 자리, 협회장의 현 주소다.

협회장 자리가 꼬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간다. 그 전만 하더라도 김범수 전 NHN 대표, 김영만 전 한빛소프트 대표, 권준모 전 넥슨 대표가 잇달아 협회장에 이름을 올리면서 나름 구색을 갖췄다. 하지만 권준모 대표가 임기를 마치면서 '구인난'에 빠졌다.

결국 그해 1월 문화부 관료 출신의 한 인사가 추대되면서 상황은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또 고사, 협회장 자리는 공석 위기에 처했다. 김정호 한게임 대표가 나서면서 협회장 공석 위기는 면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김 대표가 2009년 11월 돌연 사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한게임에서도 떠났다. 지쳤다는 이유에서다.

협회장은 두 달여간 공석이었다. 2010년 1월, 협회장 인선 작업은 또 다시 시작됐다. 역시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보선의 성격이었기 때문에 2년 임기 중 1년만 협회장을 맡아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인선 작업은 난항을 거듭했다. 김기영 한빛소프트 대표가 손을 들면서 마무리됐지만 협회장을 꺼리는 게임 CEO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올해 또 다시 '회장님 모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행성 이슈가 상존하는 게임업계에서 협회장은 "잘해도 본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협회장은 누구도 맡고 싶어 하지 않는 자리다. 매력이 없는 자리인 셈이다. "재정 자립도가 부족한 협회에서 누가 자기 돈 써가며 욕을 먹으려고 하겠는가". 한 CEO의 볼멘소리가 이해가 된다.

협회는 2월말 총회를 앞두고 있다. 현재까지는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내부에서 찾지 못하겠으니 외부에서 찾자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부에서 스스로 "매력 없다"고 규정 지은 자리에 누가 선뜻 나설지 의문이다. "오락이 아닌 산업으로 봐 달라"는 게임업계의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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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수 기자

머니투데이 경제부 정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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