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표류하는 출연硏, 가라앉는 과학기술

[기자수첩]표류하는 출연硏, 가라앉는 과학기술

백진엽 기자
2011.09.24 00:59

최근 과학기술계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문제로 시끄럽다.

같은 연구비를 썼을 때 SCI급 논문수는 대학의 9분의 1, 특허출원은 대학의 3분의 1에 그친다는 '초라한 연구성과'에 대한 조사가 나왔고, 그 원인이 현행 예산지원 방식인 '프로젝트 기반 지원'(PBS)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이런 것을 개선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추진중인 '출연연 지배구조 개선'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졌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여야 구분없이 출연연 정책을 주제로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지적했다. 박영아 의원은 출연연 개편에 대해 현장과 소통이 없다는 것을 꼬집었고, 정두언 의원은 PBS제도가 잘못 시행되면서 오히려 '관치과학', '창의성 없는 과학', 그리고 '기관간 중복된 연구투자'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이상민 의원 등 일부는 "역대 정부 중 MB정부가 과학정책을 가장 잘못하고 있다는 소리도 있다"면서 과학기술부 통합 이후 과학기술은 사라졌다고까지 질책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출연연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고, 또 그 컨트롤타워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출연연 개편은 각계의 이견때문에 지지부진이다. 현장에서도 '국과위 산하' vs '현상태 유지'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나뉜다. 또 관련 부처인 국과위, 교과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의 입장도 다 다르다. 특히 지경부의 경우 산하 연구기관의 지배권을 넘겨주는 것이 못마땅한 분위기다. 때문에 출연연 개편은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출연연을 한 곳으로 모아 연구 과제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관리하자는 취지가 '밥그릇 싸움'에 밀리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컨트롤타워라고 만든 국과위 역시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거세다.

이에 청와대가 직접 나서 이달말 관련 부처를 모아 회의를 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의견이 하나로 모아질지는 미지수다. 아니 오랜 기간 정리가 안된 사안을 한번의 회의에서 결론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국과위가 내놓은 통합안이 맞는지, 아니면 현 체제에서 다른 발전방향을 찾는 것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정답이 없는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서로의 입장과 이해만 생각하면서 맞서는 지금 이시간에도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은 또 한걸음 후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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