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정책결정에 있어 매우 여러가지를 신중하게 봐야하는 결정의 사례다. 뼈아픈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상임위원의 발언이다. SK텔링크가 제출한 위성DMB 사업폐지 계획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다.
SK텔링크는 내달 31일 위성DMB 서비스를 종료한다. 2005년 5월 전국민의 관심 속에 세계 첫 상용화된 위성DMB가 7년여 만에 역사의 뒷편으로 씁쓸히 퇴장하게 된 것. SK텔링크가 위성DMB 사업에서 철수할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미디어 시장 환경의 빠른 변화 탓이다.
무료로 볼 수 있는 지상파 DMB나 음영지역이 따로 없는 스마트폰 인터넷방송(N스크린) 등 대체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했다. 서비스 첫해 200만명에 육박했던 위성DMB 가입자는 SK텔레콤의 후방 지원 사격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불과 3만5000명 수준으로 급락했다. 누적손실 금액규모는 올해 말 3848억원 달할 전망이다.
위성DMB의 몰락은 일찌감치 예견돼왔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위성DMB를 출범시킨 지 1년도 안 돼 지상파DMB라는 강력한 대안 미디어를 허가했다. 초기 수천억원을 쏟아 부으며 시작했던 위성DMB 사업이 시장에 안착하기도 전에 무료 지상파 DMB에 자리를 내줘야했던 이유다.
문제는 그렇게 강행한 지상파DMB 서비스 마저도 고사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대부분 업체들이 수년째 적자에 허덕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N스크린 확대로 위성DMB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4G(세대) 이동통신으로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지금은 LTE(롱텀에볼루션) 보조 네트워크로 밀려난'와이브로(휴대인터넷)'도 다를 게 없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ICT 시장싸움은 엄청난 속도전의 싸움인데, 민간기업의 사업 폐지 결정과정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해 적자를 감수하고 2~3년간 끌어온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정책 실패를 적기에 인정하고 기업들이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스마트 시대에 요구되는 정부의 새로운 리더십이라는 생각이 드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