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은상 한게임 대표 "체질 바꾸니 살 길이 보였다, 200명 채용에 2천명 몰려"
- "판교로 놀러오세요. 회사에 비행기도 있고, 미끄럼틀도 만듭니다"
- "영국, 일본 게임개발자는 예술가이자 스타입니다."
- "가장 게임회사다운 게임회사, 그게 목표입니다"
"한 직원과 면담을 하는데 그 직원이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눈물을 글썽거리더군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게임 개발을 잘하는 직원들이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퍼블리싱(유통)을 하고 있었던 거죠. 보직을 바꿔줬습니다. 그 개발자가 개발한 게임이 곧 나옵니다."(이은상 한게임 대표)

NHN(201,500원 ▲5,600 +2.86%)한게임이 변하고 있다. 웹보드 게임으로 돈을 번 기업, 손대는 게임마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다는 비판을 달고 살았던 한게임이 웹보드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 오는 8월 1일. 한게임은 NHN에서 분할돼 독립기업이 된다. 지난 2000년 NHN과 한게임이 합병한 후 13년만의 결별이다.
이 변화의 중심엔 '외인구단'이 있다. 이은상 한게임 대표. 이 대표는 이달로 한게임 합류 1년을 맞는다. 지난해 합류당시 이 대표는 한게임 분할 추진을 알고 있었다. 지난 1년간 이 대표가 기업 분할을 위한 내부 직원 간 공감대 형성, 한게임 사업구조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조정에 얼마나 몰두했을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개발사로서의 한게임'으로 체질 개선에 주력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웹보드 게임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모바일, PC 온라인게임 분야에서도 한게임은 흑자로 전환했다. 모바일 분야에서는 '피쉬아일랜드'가 매출 상위권에 올라 물꼬를 터주더니 카카오를 등에 업고 출시한 '우파루마운틴'과 '피쉬프렌즈'가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순위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PC 온라인 게임에서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크리티카'가 게임트릭스 PC방 사용시간 점유율 10위권을 맴돌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같은 장르의 대표 액션 RPG(역할수행게임)인 '던전앤파이터'를 밀어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성공을 거둔 3종의 모바일 게임 모두가 자체개발한 게임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퍼블리싱에만 주력했던 한게임이 게임 개발사로 성격 개조를 꾀하는 것. 최근에는 개발자 200여명을 모집해 개발 인력 강화에 나섰다. 시장도 반응했다. 신규채용에 지원한 신입 개발자에는 무려 1000여명이 몰렸다. 경력 채용 경쟁률은 5대 1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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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상 한게임 대표가 그리는 한게임의 앞날은 어떨까. 별거 없다. 한게임은 게임회사다. 한게임을 '가장 게임회사 다운 게임회사'로 만드는 것이다.

- 외부에서 지켜본 NHN 한게임과 입사 후 느낌이 달랐을 거 같다.
▶네이버와 한게임이 같이 있기 때문에 트래픽이 높고 다양한 자원이 많은 회사라고 생각했다. 들어오고 나서 든 생각은 한게임과 네이버 각각 2가지씩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게임은 캐주얼 게임 DNA가 있는 회사다. 캐주얼 게임을 한 때 풍미했던 회사로 지금은 그 DNA가 스마트폰으로 전이되고 있다. 실패를 많이 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실패도 많이 했지만 실패한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 발현되고 있다고 본다.
네이버는 생각보다 더 많은 정보가 내부에 쌓여있다. 그리고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는 회사다. 밖에서는 많이 의심하지만 중립성에 가장 신경 쓰고 있고 정치적 관심이 없다. 그래서 오히려 네이버 이용자마다 다르게 평가하는 것 같다. 지난 대선에서 20대는 네이버를 보수 성향으로 보고 어르신들은 네이버가 안철수 전 후보를 밀어준다고 평가하더라. 모든 정보가 있기 때문에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 아닐까.
- 지난해 4월 NHN 한게임 부문 대표로 합류했다. 1년을 보낸 소감은 어떤가.
▶한게임은 웹보드게임을 제외하고는 만성적자를 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실적 구성에서 웹보드를 제외하면 경쟁력이 부족했다.
당시 PC게임이 210개, 모바일이 60개 있었다. 웹보드 게임을 제외하면 퍼블리싱 게임 비중이 100%였다. 퍼블리싱에는 한계가 있다. 제품을 완전히 모르고 개조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는 있어도 어려운 사업이다. 담당자인데도 자신의 담당 게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더라.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단순히 숫자를 채우기 위한 게임출시도 있었다. 그래서 PC쪽은 많이 정리했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잘 서비스 할 수 있고 재밌는 게임을 남겼다. 지금은 서비스 게임을 절반 이하로 줄였고고 앞으로도 더욱 줄일 계획이다.
게임사업에 있어서 핵심은 단 하나다. 이용자들이 재밌는 게임이 먼저다. 이후 좋은 콘텐츠가 모이면 이를 효과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반대로 웹보드로 시작했기 때문에 플랫폼이 있으니까 거기 게임을 얹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해왔다.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인식전환을 위해 지난 1년 동안 작업했다. 덕분에 지난해 12월부터 최초로 웹보드를 제외하고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 웹보드 게임에 대한 규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고 한게임도 웹보드 매출을 줄이고 있다. 그럼에도 웹보드 게임 비중이 큰데 앞으로 이를 어떻게 끌고 나갈 생각인가.
▶웹보드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모두 있다. 예컨데 세제가 의류세탁에는 꼭 필요하지만 수질 오염이라는 문제가 있다. 고포류(고스톱·포커 등)는 100년이 넘게 이어진 게임인데 어느 순간 대가 끊겼다.
역기능에만 너무 초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역기능을 줄이기 위해 아주 면밀히 관찰하고 있고 매주 회의를 통해 그런 부분을 줄여나가고 있다. 하지만 100년을 내려왔다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게임으로 검증된 게임이라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고포류를 건전화 시키는 것이 목표다.
- 불법 환전 등을 통해 도박으로 이용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고포류 거래 등을 아예 근절시키는 것은 불가능한가.
▶도둑질을 근절하지 못하듯 환전상들도 단속을 피하는 방법을 계속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조금씩 줄어가고 있고 이미 많이 줄었다. 지금보다 단속 등을 더 강화시킬 생각이다. 환전상들의 매매 패턴을 파악했고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

-NHN과 분사 후 독립하게 됐는데 어떤 변화가 있나. 사옥도 판교로 이동하는데.
▶네이버와 한게임은 핵심 가치가 다르다. 한게임은 집중력이 있으면서도 속도가 빨라야 하고 네이버는 중립성이 먼저다. 게임과 중립성은 맞지 않다.
그런데 한게임에는 이런 부분이 혼재돼 있는 상황이었다. 일반적인 게임 업체와 반대 방향으로 길을 걸었기 때문에 그동안의 관성적인 업무를 전환하는데 1년을 보냈다. 임원부터 시작해 직원들과 만나느라 초반에는 거의 외부 활동을 하지 못했다.
직원들 사이에 에너지와 변화에 대한 열망은 잠재돼 있다. 대표이사로서 회사의 한계를 판단하고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4월 회사 분위기가 굉장히 가라앉아있었지만 최근 들어 변화의 불꽃이 점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분할도 결정됐다. 이제는 방향성에 대한 공유가 돼있는 상황이라 독립이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는 일부 NHN과 양쪽에 걸쳐있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한게임에만 소속된 인원은 450명 정도다. 이와 비교할 때 판교 입주할 때는 2배 정도는 될 것 같다.
- NHN 라인의 라이벌인 카카오에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 분사하고 나면 이런 부분이 더 가속화되나.
▶모바일 플랫폼은 동반자 중 하나다. 게임을 활성화 시켜주는 중간 파트너로서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을, 일본에서는 라인을 선택했다. 다양한 시도들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게임은 게임 콘텐츠 기업이다. 이용자이 쉽고 편리하게 우리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최대한 활용하겠다.
- 카이스트를 졸업한 인재들, 국내 유수의 대학교 디자인과를 나온 인재들이 게임 업체에 입사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일부 기성세대는 국가의 순수과학·미술 등을 책임져야할 인재들이 게임업계로 가서 국가적 낭비가 아니냐고 우려한다.
▶주요 인재들의 게임업계 입사 트렌드는 더 강해질 것이라 본다. 영국이나 일본, 북미는 인기 게임을 개발한 개발자를 예술 작가로 평가한다. 마리오 시리즈를 만든 미야모토 시게루는 일본에서 연예인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미국도 게임쪽 인사가 정계에도 진출한다. 해외에서 게임은 가장 큰 규모의 인터렉티브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게임 산업의 순기능을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으로 대화해야 되는데 대화는 별로 없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올바른 규제에 대한 관점은 시각에 따라 극과 극이다.
지금은 옳은 방향으로 가는 과도기다. 풍성한 대화가 이뤄지면 잘 풀릴 것이라 믿는다. 다른 업계에 비해서 게임 업계가 자신의 목소리를 못내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순기능을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이다.
- 현재 기준으로 단순히 나눠봤을 때 한게임이 분사 후에 4조원짜리 게임회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분할 후 주가는 낮아질 수도 있다. 시장 변동성은 예측할 수 없지만 현재 상황에서 물리적으로 봤을 때 시가총액이 4조원일 뿐이다. 게임쪽은 가치 평가가 다르다. 분사 후 당장은 약간의 조정이 있을 것이라 본다. 하지만 결국에는 제자리를 찾아갈 거다. 주주들과의 관계도 이용자들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회사가 장기 성장하기 위해서는 양쪽을 잘 신경써야한다. 다만 주주만 신경 쓰면 대표이사 및 경영진은 살아남을 수 있지만 회사가 고사한다.

- 게임회사를 방문할 때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 놀라곤 한다. 한게임도 분사하고 나면 분위기가 더 달라질 텐데
▶집 보다 편한 회사가 될 수 없는지 많이 고민했다. 회사 나오는 게 즐겁고 설레는 느낌. 어떤 방법이 있을까. 구성원들의 의견을 끌어내보니 의외로 작은 부분이더라. "편안한 쿠션 놓아 주세요", "밥이 배달됐으면 좋겠어요", "책상 크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등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적용하고 있다.
판교에 새로 마련 중인 한게임 사옥 역시 직원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부터 동선에 이르기까지 신경썼다. 사옥에 대형 비행기도 달려있을 것이고 계단 대신 탈 수 있는 미끄럼틀도 있다. 나중에 이전하면 초대하겠다. 기대해 달라. 한국에서 가장 게임 회사 같은 게임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 벤치마킹하고 싶은 회사가 있나.
▶가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한 기업을 꼽을 수는 없다.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분야라는 점에서는 픽사(Pixar)와 같은 회사가 되고 싶다. 작품 마다 연속 흥행할 수 있는 원동력과 집단 창의 정신 같은 요소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블리자드 역시 본받을 부분이 있다. 블리자드는 완성도 측면에서는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다. 완성도에 대한 집념과 게임을 만든 사람이 경영진에 남아서 노하우를 전수하고 독려하는 점은 배우고 싶다.
- 8월 1일 이후 한게임의 모습을 설명한다면
▶양질의 제품이 최고의 사업 계획이다. 재밌는 게임을 만들기 위한 구성원들의 생각 변화가 먼저다. 제품을 만든 후에 사업계획을 그쪽으로 짜는 편이다. 사업계획에 짜맞추기보다는 좋은 콘텐츠 생산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고 콘텐츠에 맞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근성 있게 서비스를 하자는 분위기에 대한 반응이 좋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많이 줄어들었다가 부분유료화 전환 후 다시 올라가고 있는 테라가 근성 있는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직원들이 드디어 우리도 게임에 집중할 수 있다고 좋아한다. 그간에는 게임 잘 만드는 인재가 퍼블리싱을 하는 등 적재적소에 인재를 투입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반성도 하고 있다.
직원 한 명과 면담을 하는데 그 직원이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하더라. 그 직원이 참여한 게임이 곧 출시된다. 절실히 게임개발에 목말라했던 직원이 참여했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은상 대표는
이은상 NHN 한게임 대표(40)는 SK와 소니, 웹젠을 거쳐 지난 2007년 아이덴티티게임즈를 설립했다. 아이덴티티게임즈에서 '드래곤네스트'를 성공시켜 중국 샨다게임즈에 1000억원이 넘는 금액에 매각했다. 지난해 5월 16일 한게임 대표로 정식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