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 주파수만 맞추면 도청...보안성높은 디지털TRS사업 '함흥차사'

최근 경찰내 특수조직인 감시반을 소재로한 영화 '감시자들'이 관람객 5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몰이를 하는 가운데 영화속 범죄집단의 경찰무선통신 감청상황이 실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화속에서 범죄집단의 리더인 제임스(정우성)는 경찰의 무선통신을 간단히 도청해 부하들에게 범행을 지시하고, 경찰의 움직임에 따라 부하들을 철수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민생치안의 최후 보루인 경찰의 치안정보망에 구멍이 생긴 섬뜩한 일이지만 문제는 현실속에서도 이같은 감청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29일 통신 전문가들에 따르면, 영화 속 제임스가 도청한 무선통신장비가 아날로그 방식의 VHF(초단파)나 UHF(극초단파) 무전기라면 주파수를 정확하게 맞추기만 하면 손쉽게 도청이 가능하다. 경찰과 소방관청에서 사용중인 아날로그 무전기의 경우 별도 암호화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교통사고 발생시 112(경찰)나 119(소방)사령실에서 무선지령을 내린지 불과 몇 분 만에 견인차량과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는 주파수 대역을 불법개조한 이른바 '투밴드 무전기'를 사용해 경찰서와 소방서 상황실 무전을 감청한 때문이다. 사고차량이나 환자를 먼저 유치해 수입을 늘리려는 것인데 모두 불법이다.
불법감청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그러나 주변지역의 통신 주파수를 자동 탐색하는 장비까지 국내 무단 반입되고 있다.
최근 적발된 부산지역 한 장의업체는 사망사고 파악을 위해 119 무선을 수시로 도청해왔는데 그 수법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고가 주파수탐지 장비와 24시간 전원을 지원하는 태양광 축전판, 원격제어장치까지 설치한 차량을 운용하며 무전기를 휴대폰으로 연결해 도청내용을 원격 청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도청을 막기위해 주파수를 주기적으로 바꾸고 보안교육을 하고 있지만 일부 민간업체들이 경찰주파수를 잡아낼 수 있는 사제 무전기를 사용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도 "심지어 응급사고시 경찰이나 119구급대보다 병원 엠블란스와 견인차량이 먼저 도착해 사고 현장을 정리하는 경우까지 있다"면서 "대부분 불법 무선감청의 결과로 추정되지만 증거를 찾기어려워 단속이 쉽지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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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경찰이 불법 무선감청 집중단속에 나서 이같은 사례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근절되지는 않고있다.
그러나 모든 경찰, 소방무선 통신이 도청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서울 및 경기, 주요광역시의 경찰과 수도권지역 소방관청이 아날로그 무전기와 병용하는 디지털TRS(테트라)는 각종 인증 및 보안장치가 마련돼 기술적으로 도청이 불가능하다. 디지털TRS는 지난 2007년 정부가 재난관련 기관들의 무선통신을 연계하는 이른바 통합지휘무선통신망(현재 재난안전통신망) 시범사업으로 구축했는데 이후 경제성, 기술방식 논란으로 후속 사업이 중단됐다.
경찰 무선망을 구축한 바 있는리노스(1,453원 ▼33 -2.22%)관계자는 "서울, 경기 지역의 경찰이 쓰는 TRS 무전기는 무전기와 통신시스템간 키(Key)값이 정확히 일치해야 무선통신이 가능해 보안성이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TRS는 국제통신표준인 테트라(TETRA)를 채택하는데 통화단계에서 음성과 데이터가 특수 알고리듬으로 부호화되고 최종 단계에서는 ‘무선구간 암호화’ 과정까지 3중의 안전장치를 거치게 된다는 것. 따라서 경찰이나 소방에서 사용중인 무전기를 통하지 않고서는 도감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를 제외하면 디지털TRS가 보급되지않아 보안에 취약한 구형 아날로그 무전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무선통신 전문가는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정부 공공기관의 무선통신 도감청이 일상화된게 우리나라의 현주소"라면서 "얼마든지 범죄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서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