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소비 좀 먹는 블랙컨슈머](5-1)블랙블로거의 실상…'추천글 써주겠다' 금품 요구도
#2011년 6월 한 파워블로거가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제품에 대해 공동구매를 진행해 세상이 떠들썩했다.
주부 파워블로거 '베비로즈'는 2010년 9월부터 10개월간 "과일과 야채 등을 오존으로 살균세척하면 좋다"며 로러스생활건강의 오존살균세척기 '깨끄미'의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깨끄미는 36만원의 고가였으나 공동구매를 통해 3000대가 팔려나갔다.
논란은 깨끄미를 쓴 사람들이 두통, 구토 증상을 호소하면서 시작됐다. 아이를 유산했다는 사람까지 등장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한국소비자원이 오존 농도가 0.1ppm 초과해 자발적 리콜을 권고했고 기술표준원도 소비자들이 장시간 연속적으로 사용하거나 근접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어 자발적인 수거를 권고하면서 환불이 빗발쳤다.
특히 베비로즈가 구동구매를 진행하면서 대당 7만원의 수수료를 받아 총 2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워블로거의 상업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확대됐다.
파워블로거가 블로그에 올린 글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평범한 주부, 직장인, 대학생 등 일반인이 영리목적 없이 솔직하게,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올린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라 신뢰도가 높다. 사람들이 무엇을 구입할 때나 음식을 먹으러 갈 때 기업이 직접 하는 광고보다 일반인들이 올리는 추천글을 믿고 따르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은 마케팅 전략을 짤 때 블로그 마케팅 전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적인 예가 입소문 마케팅(바이럴 마케팅)이다.
기업 마케팅 담당자들은 신제품이 나오면 파워블로거에게 자사 제품을 써보라고 샘플 제품을 보내곤 한다. 파워블로거가 써보고 간단한 리뷰라도 올리면 광고를 하는 것보다 제품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다. 체험단을 모집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파워블로거들이 이같은 막대한 영향력과 신뢰도를 악용하면 파워블로거는 블랙컨슈머인 일명 '블랙블로거'로 변신한다. 블랙블로거가 노골적으로 신제품을 달라는 것은 양호한 편이다. 악의적으로 제품의 나쁜 점만 블로그에 올리고 기업 담당자들에게 금품을 주면 글을 삭제해주겠다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음식점은 더욱 심하다. 음식을 다 먹은 뒤 계산 할 때 자기를 파워블로거라고 소개하며 블로그에 글을 올려줄테니 음식값을 공짜로 해달라고 하는 것은 음식점 주인이라면 한번쯤 겪는 일이다.
독자들의 PICK!
이태원 등에 음식점을 운영하는 방송인 홍석천씨는 "인터넷 이용자로부터 '월 12만원만 내면 좋은 댓글 수백개를 주기적으로 올려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면서 악성 댓글이 많아졌다"며 자신의 음식점을 맛집 정보에서 빼달라고 포털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파워블로거를 고소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올해초 강남구 도곡동의 한 음식점은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며 파워블로거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블랙블로거들은 공동구매를 진행하면서 과도한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나쁜 글을 올릴까봐 울며겨자먹기로 공동구매를 진행하기도 한다.
파워 블로거들의 상업성으로 소비자들도 피해를 본다. 블랙블로거들의 악의적인 글에 속아 제품 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는 빼더라도 과도한 수수료 등으로 비싼 값을 주고 제품을 사는 경우도 흔하다. 블로그에서 진행한 공동구매가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 구입하는 경우보다 비싼 경우도 많다.
파워블로거들의 과도한 상업성이 문제가 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가를 받고 추천글 등을 쓰는 경우 대가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에 따르면 광고주와 블로거 사이에 추천 등의 내용이나 신뢰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으면 광고주나 블로거는 이를 공개해야 한다.
예컨대 파워블로거 A가 B사의 20만원짜리 살균세척기를 공동구매 하기 위해 블로그에 추천글을 올리면서 B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면 A나 B사는 공동구매를 주선한 대가로 일정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고 알려야 한다. D회사가 대학생 C에게 게임을 무료로 보내주고 C가 운영하는 카페에 홍보성 이용후기를 게재하면 D사로부터 무료로 게임을 받았다고 적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어겨도 금품을 제공한 광고주들만 처벌할 수 있을 뿐 금품을 받은 파워블로거를 처벌하진 못한다. 다만 공동구매를 진행할 경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로 처벌이 가능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블로그를 통해 판매·알선행위를 하는 블로거는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 통신판매중개자에 해당한다"며 "허위·과장광고나 영리목적을 은폐하는 등 기만적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등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블로거를 직접 제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