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소비자 좀 먹는 '블랙컨슈머'
블랙컨슈머와 악성 민원으로 인해 고통받는 현장의 목소리와 실제 사례를 다룹니다. 감정노동자와 상담원의 애환, 기업과 금융권이 겪는 다양한 피해와 사회적 문제를 심층적으로 조명합니다.
블랙컨슈머와 악성 민원으로 인해 고통받는 현장의 목소리와 실제 사례를 다룹니다. 감정노동자와 상담원의 애환, 기업과 금융권이 겪는 다양한 피해와 사회적 문제를 심층적으로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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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컨슈머들을 가장 먼저 만나는 이들은 피라미드 조직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 그중 서비스 업무를 주로 맡는 감정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여러모로 취약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을 중의 을'로 꼽힌다. 한명숙 민주당 의원실이 지난 8월부터 한 달간 백화점 판매원, 콜센터 직원 등 고객대면 노동수행 집단 2259명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사한 '민간 공공 서비스산업 감정노동 종사자 건강실태조사결과'에 따른 결과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업무 중 고객으로부터 경험한 무리한 요구나 신체·언어·성적 폭력 경험(지난 1년간)을 묻는 질문에는 무리한 요구라는 답변이 80.6%에 달했다. 인격무시 발언 87.6%이나 욕설 등 폭언 경험도 81.1%로 나타났다. 폭행을 당한 경험도 11.8%, 성희롱이나 신체접촉과 같은 경험도 29.5%로 조사되는 등 인격이 철저하게 무시당하는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살 충동이나 시도에 대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도 평균치(16.
콜센터직원 등 감정노동자들은 블랙컨슈머때문에 감정이 메마른다. 블랙컨슈머는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부류부터 이유 없는 욕설로 비하를 일삼는 업무방해형까지 다양하다. ◇ 가장 무서운 것은 '업계 출신' 한 금융사의 전직 상담사 출신 고객 A씨. 그는 퇴사한 금융사에 나흘에 1번꼴로 문의했다. 상담 내용은 대부분 이미 질문했던 것들. A씨는 여러 상담사를 돌며 전화해 자신이 기억하는 서비스 내용을 바탕으로 '실수'만을 기다렸다. 올해 1~10월까지 A씨가 전화한 횟수는 65차례에 달했다. 즉시 확인이 불가능한 사안과 여러 서비스의 내용을 복합적으로 요구하며 상담사의 잘못된 안내를 유도했다. 보상을 받으려는 의도였다. 경력 15년의 한 업계 종사자는 "전직 종사자는 기업 생리와 서비스 내용을 구체적으로 아는 '무서운' 부류"라며 "이들은 상담사에게 꼬투리 잡고, 팀장급 이상 관리자에게 보상을 요구하는 지능형"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어떤 전직 상담사는 자신의 외웠던 상담 스
지난 6일 오전 10시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고객콜센터. 건물의 2개층을 사용하는 콜센터에는 상담사 200여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칸마다 위치한 직원들은 저마다 헤드폰 너머로 고객과의 상담에 분주했다. 상담사의 하루 근무시간은 점심을 포함한 9시간 정도. 직원들은 개인당 하루 평균 120건에 달하는 문의에 응답한다. 평균 상담 시간은 2분30초쯤. 전기 요금에 대한 간단한 질문부터 이해가 까다로운 전기 설비에 대한 문의도 평균 시간 내에서 대부분 해결됐다. 하지만 '특수 케이스'는 있었다. 전체 상담 건수를 고려하면 일부였지만 1시간 이상, 때론 3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있다. 근거 없는 꼬투리나 업무와 관련 없는 이야기로 전화한 '아주 특별한 고객들'이었다. 이른바 '악성 고객'. 이들 중 상당수는 불만이나 항의를 넘어 '재테크' 차원으로 기업에게서 한 몫 챙기려는 블랙컨슈머로 분류된다. 얼굴도 모르는 상담사를 '먹잇감'으로 노리며 수단을 가리지 않는 무차
#2011년 6월 한 파워블로거가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제품에 대해 공동구매를 진행해 세상이 떠들썩했다. 주부 파워블로거 '베비로즈'는 2010년 9월부터 10개월간 "과일과 야채 등을 오존으로 살균세척하면 좋다"며 로러스생활건강의 오존살균세척기 '깨끄미'의 공동구매를 진행했다. 깨끄미는 36만원의 고가였으나 공동구매를 통해 3000대가 팔려나갔다. 논란은 깨끄미를 쓴 사람들이 두통, 구토 증상을 호소하면서 시작됐다. 아이를 유산했다는 사람까지 등장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한국소비자원이 오존 농도가 0.1ppm 초과해 자발적 리콜을 권고했고 기술표준원도 소비자들이 장시간 연속적으로 사용하거나 근접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어 자발적인 수거를 권고하면서 환불이 빗발쳤다. 특히 베비로즈가 구동구매를 진행하면서 대당 7만원의 수수료를 받아 총 2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워블로거의 상업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확대됐다. 파워블로거가 블로그에 올린 글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회원님, 비속어(욕설) 사용으로 더 이상 상담 진행이 어렵습니다. 죄송하지만 먼저 전화를 끊겠습니다." 금융사에서 고객과 최접점에 있는 사람들을 꼽자면 콜센터 상담원들이 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란 말처럼 한없이 친절해야하는 업무 탓에 감정노동자의 대명사로도 꼽히는 이들이다. 그만큼 악성민원에 대한 고충도 크다. '목소리가 밤일 잘하게 생겼다'는 성희롱성 발언부터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가입과 철회를 반복하는 등 다양한 블랙컨슈머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반기를 드는 금융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금융권에서 콜센터 직원 수(7868명)가 은행(8322명) 다음으로 많고, 영업에서의 역할도 큰 카드업계가 스타트를 끊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2월부터 민원인이 성희롱 등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상담원이 두 차례 경고를 한 뒤 전화를 끊도록(상담중단)했다. 상담을 중단하면서 성희롱 발언에 대한 법적 처벌 사항도 명확히 고지한다. 당장 상담원들의 반
금융권이 블랙컨슈머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강조하면서 너도나도 민원감축이 한창인 가운데, 이를 틈타 악성 소비자도 활개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험사들은 "보험금 지급을 합의하는 빈도가 늘어났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떼를 쓰는 고객에게 '이번 한번만 보험금을 지급하고, 다음부터는 주지 않겠다'고 약속을 한 뒤 보험금 지급액보다 적은 규모의 액수를 합의금조로 주는 식이다. 한 보험사 고객센터 담당자는 "고객이 상해보험에 가입해 놓고 암 진단자금을 내놓으라며 깡패까지 데리고 와서 행패를 부린 적이 있다"며 "예전 같으면 강력히 대응했겠지만 지금은 민원을 제기할까봐 중국음식을 시켜주는 등 최대한 달래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은행권도 민원감축 얘기가 나오면서 블랙컨슈머의 활동이 심해졌다. 한 은행관계자는 "연초만 해도 블랙컨슈머 문제가 부각되는 듯 했지만 이후 소비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블랙컨슈머 관리는) 손을 놓고 있다"고 전했다. 금
#한 생명보험사의 보험 상품에 가입한 A씨. 보험내용에 대한 안내가 충실하지 않다며 항의하는 바람에 회사 전체가 몸살을 앓았다. 항의는 해당 직원의 사과에도 누그러질 줄 몰랐다. '민원팀에서 전화를 하라니까 왜 해당 직원이 했느냐, 어디 나랑 밤새도록 통화 한번 해보자'며 전화를 끊지 않는 것을 시작으로 무리한 요구가 욕설과 함께 이어졌다. 이후에도 꾸준히 전화를 해 '고객에게 거짓말을 했으니 반성문을 자필로 써 보내되, 한 글자씩 다른 색깔로 써라', '콜센터 센터장이 매주 전화해 상품을 반복해서 설명하라' '지금부터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50회 반복하라'는 식의 요구를 했다. 견디다 못한 회사에서 응대를 중지하기로 결정하자 콜센터, 민원팀, 이 보험사의 각 지점 등에 마구잡이로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부었다. #한 시중은행에 적금 만기로 돈을 찾으러 온 B씨. 갑자기 '왜 내 돈에서 세금을 떼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자도 소득이기 때문에 정해진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 내용
자동차업체 A사는 얼마 전 한 고객의 엉뚱한 항의에 곤욕을 치렀다. 뒷좌석 바닥매트 교체를 요청한 후 서비스센터를 찾은 그는 매트가 접혀 있자 "이 상태로 교환받을 수 없다. 보상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서비스센터는 매트 상태를 여러 차례 확인했으나 하자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 보상을 거절했다. 하지만 고객은 본사까지 차를 몰고와 이를 불태우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A사 측은 고객을 그냥 내치기도 어려워 주유권을 건네주고 간신히 돌려보냈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부 막무가내식 주장을 펴는 이들은 현금보상을 노린 경우가 많아 설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비를 지급한 것은 괜히 이미지가 손상될까 걱정해서였다"고 덧붙였다. ◇'생떼'에 몸살 앓는 차업계=자동차업체들도 블랙컨슈머로 몸살을 앓는다. 차량가격이 최소 1000만원을 넘고 수입차의 경우 억대여서 '무리한' 교환 요구를 들어주기가 쉽지 않은 데다 자칫 안전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쳐지면 판매에도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
#지난해 6월 아일랜드의 '갤럭시S3' 사용자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자동차에 있던 갤럭시S3에서 갑자기 불꽃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는 글을 올렸다. 전세계 IT전문지는 이를 보도했고 갤럭시S3를 전세계 출시한 지 얼마 안된 삼성전자는 당황했다. 한달후 삼성전자가 영국의 전문조사기관에 의뢰한 결과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물에 젖은 휴대폰을 전자렌지에 말리면서 불이 났다는 분석이다. 사용자 역시 본인 과실을 인정했지만 삼성전자는 한달 내내 갤럭시S3 판매에 영향을 미칠까 노심초사해야 했다. IT업계에서는 본인 과실임에도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것처럼 속여 제품을 교환하거나 환불하는 경우가 흔하다. 대표적인 예가 자신의 실수로 휴대폰 등을 물에 빠뜨렸는데 서비스센터에 가서는 '아무 이유 없이 고장났다'고 발뺌하는 경우다. 서비스센터에서 침수라벨을 확인하면 순순히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소비자가 그래도 막무가내면 유상 수리가 원칙임에도 무상으로 수리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기본 제공 프
국내 대형 전자업체 A사는 최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한 고객이 A사 TV에서 "퍽" 하는 소리가 나는 바람에 노모가 넘어져 큰 부상을 입었다며 치료비와 정신적 보상 위자료로 수천만 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A사는 제3자의 조사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후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고객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사 게시판에 '후안무치 A업체'라며 악성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A사에는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알고보니 이 사건은 처음부터 A사에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접근한 '블랙컨슈머'(악덕소비자)의 만행이었다. 원인을 조사한 결과 해당 TV는 오래 전부터 고장난 채 방치됐고 노모의 부상은 집안 가구에 부딪쳐서 넘어져 발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원인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고객은 계속 인터넷에 악성루머를 퍼뜨렸다. 그는 공갈·협박 등 악성행위를 지속하면 고소하겠다는 기업의 강경한 자세에 억지행각을 멈췄다. ◇제품문제 아니라도 일단 환불부터 요구=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A사
지난 9월 서울 모처에서 열린 아웃도어 의류업체 A사의 2013 F/W(가을/겨울) 신상품 설명회 현장. 전국에 있는 직영점, 대리점 점주 200여명이 새로 출시된 제품 설명을 본사로부터 듣기 위해 모였다. 제품 설명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점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제품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악성 클레임을 제기하는 고객, 이른바 '블랙컨슈머'를 상대하면서 받은 고충을 토로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호소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A사 관계자는 "사간 지 1년 지난 옷을 환불해달라고 하는 경우, 육안으로 봐도 여러번 착용한 게 뻔한데도 한번도 안입었다며 환불해달라고 하는 경우 등 점주들이 밝힌 악성 민원은 다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요즘은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언론에 제보하겠다고 하는데, 점주들은 언론을 통해 문제가 있는 곳으로 찍히는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A사 점주들이 호소한 대로 소비자가
BMW코리아는 한 운전자가 지하 주차장에서 추돌사고를 낸 뒤 급발진 사고라며 보상을 요구하는 통에 한동안 곤욕을 치렀다. 이 운전자는 신차 구매 시 할인을 해 달라거나 자차보험 금액이 5000만원이나 수리 견적을 그에 맞춰 달라는 등의 보상책을 제시했다. BMW코리아가 원칙대로 하겠다고 하자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해당 사건을 소비자보호원에 제소했다. 그러나 소보원 조사 결과 급발진에 따른 타이어 스키드 마크조차 없었다. 본인의 과실을 놓고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한 것. 게다가 이 운전자는 소보원에 소를 제기하기 전에 차를 팔아 버렸다. 이런 류의 사례는 비단 자동차 업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휴대폰, 가전제품, 화장품, 옷, 구두, 아파트, 여행상품 등 소비자와의 접점이 있는 모든 업종에서 발생한다. A전자회사는 액정이 파손됐다며 명의상 소유주인 남편이 유상수리를 요청해 LCD를 갈아서 교체해 줬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인 아내가 본인 동의 없이 수리를 했다며 원상복구와 수리비 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