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핵융합硏, 케이스타 연구동 가보니

태양을 복제하는 R&D(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인공태양'을 말한다.
인공태양은 곧 핵융합발전장치를 이른다. 태양과 같은 원리로 에너지를 만들어 내 이 같은 별칭이 따라붙었다. 영화 '아이언맨'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로봇 수트를 착용할 때 가슴에 부착된 지름 10cm의 미니 아크 원자로는 인공태양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핵융합에너지 R&D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억도의 물질을 직접 담을 수 있는 그릇인 '토카막'을 만드는 것. 케이스타(KSTAR)는 토종 기술로 만든 토카막이다.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라고도 불린다. 케이스타를 통한 핵융합에너지 연구가 올해 반환전을 돌았다는 소식이다. 이에 기자는 지난 20일 대전 유성구 소재 한국핵융합연구원의 케이스타 연구동을 찾았다.
케이스타 건설사업은 1995년 12월부터 장장 11년 8개월이 소요됐다. 총 3090억원의 건설비를 쏟아부었다. 이후 시운전을 거쳐 2008년 7월 본격적인 운영단계에 들어갔다. 케이스타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약 25분의 1규모로 2020년 ITER 완공 때까지 필요한 독자적인 기초실험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지어졌다.
현장에선 3명의 전문기술자들이 부대가열장치 성능 향상을 위한 보수 공사가 한창이었다. 권은희 핵융합연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외부 ECH 가열장치를 업그레이드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핵융합연은 지난해 괄목할만한 여럿 연구성과를 거뒀다. 이중 가장 큰 성과를 꼽으라면 고성능 H-모드(고밀폐조건)에서 플라즈마를 20초간 안정적으로 유지·운영하는 데 성공, 장시간 운전연구의 기반을 갖췄다는 것. 배영순 책임연구원은 "이전 기록보다 3초 더 늘린 것"이라며 "핵융합 연구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이제 세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 됐다"고 강조했다.

전 세계 핵융합연구는 한마디로 초싸움이다. 20초대 운영기록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배 연구원은 "2020년까지 최장 300초를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월의 끝자락, 봄기운이 완연하면서 벌써부터 여름철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핵융합발전장치의 중요성도 점차 부각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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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효율적일까. 배 연구원에 따르면 핵융합연료는 물을 전기분해 해서 얻는 중수소이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게 매우 유리하다. 핵융합연료 1g은 석유 8톤(t)에 해당하는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다. 욕조 반 분량의 바닷물로 한 사람이 30년 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말에 입이 딱 벌어졌다. 게다가 후쿠시마 방사능 누출 같은 사고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배 연구원은 "콘덴서(전원공급장치)만 뽑으면 모든 기기작동이 중지된다"며 안심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케이스타는 중소·중견기업 성장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케이스타 개발에 69개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했다. 이를 통해 총 1378명의 고용효과와 2582억 원의 매출효과를 거뒀다. 이어 21개 업체가 케이스타 제작경험을 살려 ITER 국제기구 및 회원국으로부터 수주한 사업 규모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719억원 가량 된다. ITER 건설 기간이 2019년까지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수주 금액은 더 늘 전망이다.
핵융합연 연구원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연구가 아닌 변덕스런 R&D 정책이다. 현재 핵융합개발장치 기술을 이용한 발전소를 지어 가정과 사무실에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예상시기는 2040년이다. 2080년이 되어야 국내 전기생산량 40%를 대체할 수 있다. 장기 거대 과학 프로젝트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변수에 부닥쳐 언제 정부의 지원이 끊어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먼저 앞선다.
배 연구원은 "거대과학 프로젝트는 진행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이 향후 연구소와 산업체에 다양하게 적용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며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데모(DEMO) 개발이 늦어질 경우 산업체 차원에서 기술이 사장될 수 있으니 지속적인 연구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