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빛나는 목성 지구와 6억3천만킬로 떨어져···"봄밤 지자체 천문대 방문해보세요"

'도민준이 천송이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어땠을까. 그 행성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아마 오늘 보는 별 중의 하나가 그곳이지 않을까'
3월 28일, '소백산천문대'로 향하는 버스에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모처럼 '쏟아지는 별'이나 실컷 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지만 막상 여행길에 오르니 별, 태양계, 은하계 등 쉽게 상상되지 않는 영역까지 생각이 옮겨간다.
드라마의 힘도 크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고 난 뒤로는 외계인과 외계행성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정말 외계인들이 어딘가에서 우리와 어울려 살고 있을 것 같고, 또 태양계 너머의 한 행성에서 우리와는 다른 아니면 또 같은 모습의 생명체가 지구를 연구하고 있을 것 같다. 소백산천문대에서 만난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센터장은 사견을 전제로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그들만의 전파로 소통을 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충청북도 단양 죽령휴게소까지는 버스로 약 2시간이 걸린다. 또다시 휴게소에서 소백산천문대까지의 거리는 약 7㎞, 걸어서 약 2시간이 걸린다. 등산로를 걸으면 천왕성, 토성, 목성, 소행성, 화성, 금성, 수성 등 각 행성의 모형과 정보가 있는 해설판이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축적에 맞춰 설치돼 있어 태양계의 크기와 행성간의 상대적인 거리도 가늠할 수 있다.
2여 시간을 걸으면 해발고도 1450미터에 위치한 소백산천문대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1974년에 지어진 소백산천문대는 한국의 현대천문학의 시초다. 육안이 아닌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기 시작한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천문학의 역사는 고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무덤인 고인돌에 그려져 있던 북두칠성이 이를 증명한다. 천문학에 대한 연구와 기록은 신라, 고려, 조선시대까지 이어지다 일제강점기에 중단된 후 1970년대에 다시 소백산천문대가 이어 받았다.

소백산천문대에는 주경 61cm의 천체망원경이 있다. 소백산을 지킨 지 40년이 됐지만 아직 쌩쌩하다. 성언창 소백산천문대장은 "당시 같이 만들어진 전 세계 10개의 망원경 중 유일하게 작동되고 있다"며 "거울만 손상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100년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천문대로는 소백산천문대와 경북 영천의 보현산천문대가 꼽힌다. 천문대가 들어설 수 있는 장소는 날씨가 비교적 맑고, 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개발 가능성이 없는 곳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에는 더 이상 천문대를 설치할 만한 장소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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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천문대도 별을 관측할 수 있는 기간은 1년에 160일 내외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이외에는 흐리거나 비나 눈이 오기 때문에 관측이 어렵다. 이날도 밤하늘이 구름으로 뒤덮여 있어 사람들을 애타게 했다. 밤 8시가 넘어가면서 150mm 쌍안경과 150mm 굴절망원경도 철수시켰다.
천문학자들은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새벽3시까지 지켜본다. 학자 정신을 발휘하고 싶었으나 밤 11시가 넘어서면서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틀렸구나'며 거의 단념할 때 "목성이다! 화성이다! 북두칠성이다!" 여기 저기 외침이 들렸다. 좀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하늘은 밤 11시30분을 넘어서면서 마침내 열렸다.
보이는 별의 수와 밝기가 맑은 날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하지만 목성과 화성을 육안으로 봤다는 뿌듯함과 북두칠성, 처녀자리 등 하늘에 선명하게 그려진 별자리는 그리스 신화를 떠올리게 하면서 사람을 몽환적으로 만든다. '깜빡 깜빡.' 움직이는 구름 때문에 행성들과 별이 선명했다 흐려졌다 하는 모습이 저 어딘가에 살고 있는 생명체가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가장 밝게 빛나는 목성은 지구와 약 6억3000만㎞ 떨어져 있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표면의 줄무늬까지 보인다. 화성은 예쁜 오렌지색을 뽐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소백산천문대는 일반인도 이용이 가능하다.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30분 간격으로 견학을 할 수 있다. 단체로 예약하면 방문시간을 별도로 배정받을 수도 있다. 다만 야간에 별을 관측하는 시설 이용은 불가능하다. 주로 천문학 관련 대학생과 아마추어 천문 동호회 등 천문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만 가능하다. 일반인들이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려면 전국 각 지방자치단에서 운영하는 시민천문대를 이용하면 된다.
성언창 대장은 "과학도 문화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만화가, 영화감독, 작가 등과 천문학도들이 우주와 과학, 그리고 문학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워크숍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성 대장은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가 방송된 후로 일반인들의 별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더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