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독학 '화이트해커' 꿈꾸는 10대 이야기

프로그래밍독학 '화이트해커' 꿈꾸는 10대 이야기

진달래 기자
2014.04.12 05:15

[디지털라이프]'코드게이트 2014 주니어 해킹방어대회' 1위 임정원군 "최전방에서 방패하겠다"

'코드게이트2014' 주니어 국제해킹방어대회 첫 우승자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임정원 학생/사진=이기범기자
'코드게이트2014' 주니어 국제해킹방어대회 첫 우승자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임정원 학생/사진=이기범기자

10대 청소년들이 컴퓨터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타자 위로 손만 빠르게 움직인다. 앳된 얼굴과 달리 표정에서는 비장함이 느껴진다.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코드게이트(CODEGATE) 2014 주니어 해킹방어대회' 모습이다. 장작 7시간 동안 이어진 대회에도 참가 학생들은 흐트러짐없는 집중력을 보였다.

이번 대회는 세계 최초로 열린 청소년 대상 해킹방어대회였다. 본선 문제는 웹해킹, 리버스엔지니어링, 시스템해킹 세 분야에서 출제됐다. 최근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건을 모티브로 한 문제도 포함됐다.

이날 본선에 참가한 30명 가운데 우승은 임정원군(선린인터넷고등학교3)이 차지했다. 대회 심사위원회 관계자는 "대부분 참가자들이 한 두 문제만 푼 것에 반해 우승자인 임정원군은 총 4문제를 풀었고 속도도 빨랐다"고 평가했다.

임정원군은 "시스템 해킹 문제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배점이 큰 문제 하나만 출제됐더라"며 "처음 접해보는 공격기술이라 시간은 좀 걸렸지만 결국 풀었다"며 높은 점수를 받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남들이 풀지 못한 문제를 빨리 풀어냈을 때 쾌감이 해킹 공부에 빠져든 이유"라고 말했다.

화이트 해커를 꿈꾸는 임군은 시쳇말로 '날 때부터' 컴퓨터를 접했다. IT(정보통신) 분야에 종사하는 아버지 덕분에 집안에는 항상 컴퓨터와 관련서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책장에 꽂혀있던 해킹 관련 책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됐다. 이를 계기로 임군은 프로그래밍을 독학하고, 정보보안 공부를 하기 위해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는 데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임군의 부모님은 서울시 중부교육청에서 정보 영재수업을 받는 등 학업성적이 우수했던 아들이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하길 원했던 것. 하지만 이미 정보보안과 컴퓨터에 '꽂혔던' 임군 고집도 만만치 않았다.

"선린인터넷고등학교에 입학 원서를 내겠다고 결정하면서, 부모님께는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요. 목표로 삼은 전교 등수도 정하면서 설득했죠. 물론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워낙 많아 목표 등수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정보보안 분야 대회에서 좋은 성적도 거둬서 이제는 부모님도 기뻐하세요. 세계 대회 1등한 날은 가족끼리 작지만 축하파티도 했죠."

그는 인문계 대신 특성화고등학교인 선린을 선택한 것이 본인이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관심 분야가 비슷한 친구들이 모여있어서 교내 분위기가 좋다는 설명이다. 소위 '왕따'가 없다고 말한다. 친구들끼리 호기심을 같이 풀어보면서 발전적인 경쟁도 가능하다. 서로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는 셈이다.

임군은 "친구들마다 주특기 분야가 있다"며 "친구가 만든 프로그램을 살펴보면서 시큐어 코딩에 대한 조언도 해주고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교내 동아리 활동은 이러한 긍정적인 소통을 배가 시킨다. 임군이 활동하는 해킹 동아리 '레이어7(Layer7)' 은 교내에서도 인기 만점이다. 1주일에 3번 가량 방과 후에 2~3시간씩 모여서 팀과제를 수행하거나, 개인 목표를 정해서 꾸준히 해킹 관련 공부를 한다.

2학년이 주축이 되어서 1학년 신입생들에게 선생님이 되어주는 방식이다. 동급생간에도 상호 멘토가 되어줄 수 있다. 학교에서도 컴퓨터실을 방과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각종 동아리 활동을 적극 장려한다.

정병희 교사(정보통신과 부장)는 "정규 수업은 학생 수준 평균을 기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 개개인마다 더 공부하고 싶은 분야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습한다"며 "서로에게 멘토·멘티가 되어줄 수 있어서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임군은 진로를 고민하는 중학교 3학년 후배들에게도 '선린'을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그는 "IT에 관심이 있으면 선택해도 좋은 학교"라며 "기본적인 프로그램부터 차근히 기반을 닦을 수 있고, 관련 외부활동에 대해서도 학교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고 설명했다.

정보보안에 대한 임군의 열의는 학교 밖에서도 이어진다. 해킹 모임 '코드레드'는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연령대 40여명이 어울려 정보보안을 파고든다. 각종 대회도 같이 준비하고 스터디도 한다.

임군은 코드레드를 통해 시큐인사이드 국제대회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해킹방어대회에서 준우승에 오르기도 했다. 주니어 대회가 아닌 일반 대회에서도 빠지지 않는 실력을 보여준 것.

그는 "처음부터 대회 성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였다"며 "1학년 때 처음 나간 모 대학 주최 화이트해커대회에서는 순위권 밖이었다"고 말했다. 각종 대회에서 우승 경력을 쌓게 된 전환점은 지난해 참가한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oB·Best of the Best)'이었다.

BoB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기술연구원(KITRI)이 2012년부터 진행한 정보보안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다. 총 120명을 선발해 6개월간 교육하고 이 가운데 상위 30명을 대상으로 2개월간 심화과정 진행한다.

임군은 BoB 2기에서 최고 인재 10명을 선정하는데도 뽑힐 만큼 성실하게 활동했다. BoB는 대학교 방학기간에 맞춰진 일정이라서 학교수업을 듣지 못한 적도 있지만. 그만큼 큰 경험이 됐다고 그는 말했다.

"취약점 분석분야를 배운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당시 보안전문가인 심준보 멘토를 직접 만나서 수업도 들었고, 제가 속한 프로젝트 팀 멘토로서도 조언을 많이 들었죠. 신기하게도 저희 팀 3명 모두 최고 인재 10명 안에 들었어요. 전문가를 직접 만나보는 좋은 기회였죠."

고등학교 졸업반인 그는 대학에서 정보보안 관련 전공을 하는 것이 목표다. 보안 전공을 하게 되면 특히 해킹 공격기술에 대해 파고 들어볼 계획이다. 최고 방어술을 만들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임군은 그 기량을 바탕으로 최종 목표를 '사이버 안보를 지키는 사람'으로 정했다.

"국가간 사이버전에 대한 우려들도 있잖아요. 가장 최신의 공격기술이 오고가는 곳, 최전방에서 우리 국가기관을 지키는 방패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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