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시내 '팹(Fab) 카페' 아시나요? 커피마시면서 DIY!

도쿄 시내 '팹(Fab) 카페' 아시나요? 커피마시면서 DIY!

도쿄(일본)=류준영 기자
2015.05.04 05:15

[르포]'日판 무한상상실'…필통부터 옷 디자인까지…스타트업·기업 마케팅 모델로 각광

(왼쪽부터)팹 아이디어 키트, 메뉴판/사진=류준영 기자
(왼쪽부터)팹 아이디어 키트, 메뉴판/사진=류준영 기자

레이저 커터 45분 사용에 4000엔(약 3만7000원). 겉으로 봐선 평범한 커피전문점이나 메뉴판에는 다양한 음료 값과 함께 이 같은 공구사용료가 함께 적혀 있었다.

'3차원(D)프린터 4000엔(180분), 커팅머신 2000엔(180분)과 메이커(Maker) 입문자들이 간단히 만들어 볼 수 있는 '팹 아이디어 키트' 1500엔 식이다.'

29일 정오, 일본의 대표적인 패션의 거리로 통하는 도쿄 시부야에 위치한 '팹 카페(Fab Cafe) 도쿄'의 모습이다.

이곳에는 일본 골든위크(4월 29일∼5월 6일)를 맞아 친지와 친구들에게 자신이 직접 만든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든 젊은이들로 붐볐다. 카페 한쪽에선 자신의 이름과 생일 축하 문구를 새긴 마카롱을 정성스레 포장하는 손님들도 눈에 들어왔다.

카페 한 직원은 "주말과 공휴일에 보통 90~120명 정도의 손님이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모인다"고 말했다.

각종 전문 기계·공구 등을 함께 나눠 쓰며 개인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시제품을 직접 만드는 테크숍에 카페를 결합시킨 곳이다. 임대료가 비싼 편에 속하는 큐브(Cube) 건물 1층과 10층에 마련돼 있다.

팹 카페 도쿄 10층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팹 카페 도쿄 10층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10층에는 '납땜 삼매경'에 빠진 중장년층과 미국·유럽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6개 테이블로 나눠진 다국적팀 30여명이 경쟁하듯 뭔가를 설계하고 제작하며 웃고 떠들었다. 과일 주스 등 디저트를 연신 나르는 직원에게 "대회가 있나보죠?"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오늘 이 카페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입니다. 서로 무엇을 만들지 의견을 나누고 있는 거예요."

'팹랩시부야', '해피프린터', '메이커베이스', '코로모자' 등 팹 카페 도쿄와 같은 곳이 시부야 시내에만 6곳 정도 더 있다. 직원은 카운터에 비치된 '도쿄 패버 맵(Fabber Map)'을 준다. 각 팹 카페별 특징과 위치, 홈페이지 주소 등이 상세히 기록된 관광지도다.

우리나라에도 커피만 안 팔 뿐 비슷한 곳이 있다. '무한상상실'이 가장 대표적이다. 미국 MIT의 팹랩(Fab Lab)과 실리콘벨리의 테크숍(Tech Shop) 등을 벤치마킹한 무한상상실이 지난해부터 전국에 문을 열고 있다. 해당 사업을 펼치고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 김승환 이사장은 "지난달 기준 창업공작소(2곳), 거점형 무한상상실(13곳), 등 전국 메이커 스페이스가 30여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시설이 다음 정권에서도 계속 운영될 수 있을까.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디지털 제작 장비들의 유지·관리비 걱정이 먼저 앞선다. 이 때문에 효과를 보기 전 흐지부지될 우려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일본 팹카페 대표들은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중심으로 메이커 문화를 확산하라"고 조언한다. 이어 이들이 제시한 해결법은 하나로 모인다. "분야별로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라."

코로모로 작업실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코로모로 작업실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코로모로는 주로 의류분야에 특화됐다. 흔히 '시부야 걸(Shibuya Girl)'로 알고 있는 10~20대 여성의 스타일이 완성되는 패션몰인 '시부야 109'의 개미 상인들을 정조준했다. 코로모로 니시다 대표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제품이 대거 유입되면서 사정이 어려워진 중소의류상인들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매일 몇 시간씩 이곳에서 개성 넘치는 아이템의 옷을 만들고 있다"며 "시부야 109에 전통을 계승하는 데 작은 힘을 보태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로프트엔팹(Loft & Fab)' 직원들/사진=류준영 기자
'로프트엔팹(Loft & Fab)' 직원들/사진=류준영 기자

백화점에선 팹 카페를 고객만족용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숍인 로프트(loft) 8층에 위치한 '로프트엔팹(Loft & Fab)'은 로프트가 장소를 무상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서 구매한 나무 소재 연필꽂이 통에 명함을 내밀며 머니투데이 로고를 새겨보고 싶다고 했더니 레이저커터를 통해 10분 안에 만들 수 있었다. 컴퓨터 캐드를 통한 디자인은 전문직원이 옆에서 도와줬다.

직원인 야마모토 이마 씨는 "로프트가 팹 카페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사람과 물건의 관계를 재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구매한 제품에 자신이 디자인한 문양을 넣게 되면 물건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이는 상품마케팅으로 이어지는 판촉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프트엔팹(Loft & Fab)에서 머니투데이 로고를 새긴 연필꽂이를 직접 만들어 봤다/사진=류준영 기자
'로프트엔팹(Loft & Fab)에서 머니투데이 로고를 새긴 연필꽂이를 직접 만들어 봤다/사진=류준영 기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