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혁신 나는 이렇게 본다(1)

연구개발 혁신 나는 이렇게 본다(1)

테크M 편집부
2015.07.03 04:07
[편집자주] 정부가 발표한 ‘정부 연구개발(R&D) 혁신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이와 관련, 바람직한 국가 R&D 시스템에 대해 대학, 출연연, 기업 등 각계 전문가들의 제언을 들었다.

창업기업에 R&D 자금 직접 줘라

현재 국가 R&D 시스템은 과학기술 투자에 비해 생산성이 매우 낮다. 그 이유는 출연연 중심의 연구체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은 빨리 변하는데 종신고용이 보장된 출연연 체제는 한계가 있다.

신성장동력 기술을 개발해 놓으면 산업체가 이를 사용해 돈을 많이 벌게 되고, 세금도 많이 낼 것을 기대하며 개발과제를 선정한다. 그러나 이 전제는 1960년대식으로 이제는 안 통하는 가설이다. 어떤 분야를 연구하든 결과물이 소프트웨어(SW)로 생산되는 추세다. 요즘의 연구는 SW의 비중이 커지면서 기술 전수가 무척 어려워졌다.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이 산업체로 이전하거나 창업하지 않으면 그 기술은 사장된다. 또 실용적 목표 지향적사업이 부족하다. 즉, 책임을 지는 연구가 아니라 ‘나도 해본다’는 연구과제가 대부분이다.

R&D가 하드웨어보다는 SW중심으로 바뀌었으나 우리의 국가 R&D 시스템이 SW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즉, SW개발의 특성인 점진적 개선, 개방·공유, 재사용, 매시업(Mashup)을 현 국가 R&D 시스템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 R&D 혁신방안은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경쟁이 없는 출연연을 더욱 경쟁 중심으로 혁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경쟁력 없는 대학들을 퇴출시키는 정책처럼 경쟁력 없는 출연연·연구팀이 퇴출되는 방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과학기술전략본부는 필요한 조직인 것 같다. 그러나 혁신적으로 운영되려면 민간이 많이 들어가고 책임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출연연에 연구비를 줘 간접적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것보다 창업기업에게 R&D 자금을 직접 지원해야 한다. “창업하는 과학기술자에게는 정부가 R&D 자금을 보장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능력 있는 과학기술자들이 창업에 나설 것이다.

또 목표 지향적 연구 수행이 필요하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처럼 국가가 수요자인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행정, 국방, 안전, 환경 등 생활 밀착형R&D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이제는 전수할 목적으로 연구할 것이 아니라,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목표를 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시장을 제공해 주고 기업 스스로가 R&D 에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소장

불확실한 분야에 수요 중심으로

과거 한국은 선택과 집중에 근간한 기술개발, 대기업과 출연연 중심의 R&D, 도입기술의 국산화를 추구하면서 성공적으로 추격형 혁신을 달성했다.그러나 현재는 추격을 넘어서는 단계로, 한국 고유의 창조형 혁신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 R&D가 창조경제의 핵심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선도형이라는 이름하에 선진기관의 벤치마킹을 근거로 한 정책 설계를 지양해야 한다. 우리의 역량과 자산, 제도와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한국형 모델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정립이 필요하다.

R&D 체제의 근원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정부의 인식은 높이 평가하지만, 새로운 R&D 패러다임으로 전환을 통한 탈·추격 지향의 한국형 모델 정립은다음과 같은 사항이 고려돼야 한다.

첫째, 향후 우리나라의 R&D 혁신방향은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함으로써 기회 창출에 역점을 두는 지원체제로 전환돼야 한다. 둘째, 한국은 이미 첨단기술 분야에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완성도 높은 지원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비기술적인 요인과의 공진화 시스템이 설계돼야 한다. 예를 들어 수요 중심의 R&D 정책설계, 금융, R&D 지원시스템 등 제도적 능력 확보가 중요하다.

특히, 이번에 발표된 R&D 혁신방안이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주요 혁신주체로서 역할을 해 온 출연연의 변신을 위한 연구독립성확보와 더불어 출연연과 산업체와의 인적자본의 ‘스필오버(spillover)’ 구조의 설계가 보완돼야 한다. 동시에 과거 중앙부처 성과창출 중심의 R&D 기획 시스템을 탈피하고, 진정한 부처 협력을 통한 새로운 전환 정책의 맹아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정재용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

과학기술 특수성 고려한 행정을

매정부마다 출연연의 역할 및 성과에 대한 평가, 그리고 이에 따른 과학기술 거버넌스 개편 필요성과 성과 창출을 위한 혁신적 개편방안에 대한 논의가 반복돼 왔다. R&D 혁신역량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 국가 컨드롤 타워 기능의 비효율성(중복, 낭비 등)이 지적됐고, 이로 인해 초래되는 R&D 재원 및 기획 기능의 분산이 최소화될 수 있는 R&D 지원·성과평가 체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는 사실상 없으며, 여전히 출연연이 겪고 있는 개선점은 남아있다. 첫째, R&D 재원·인력운용의 유연성과 자율성 미비를 초래하는 가장 근원적 요인은 출연연에 대한 무분별한 공공기관운영에관한법률 적용과 연구과제중심제(PBS,Project

Based System)의 적용이다. 이로 인해 선진형 R&D 체제의 핵심 요소인 연구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책임감 부여가 어렵게 됐다.

둘째, PBS 제도의 광범위한 적용에 따라 단기성 사업의 경쟁적 수주로 인해 출연연 간, 학·연 간 다학제 기반의 융복합 협업연구가 사실상 불가능한상황이다.

셋째, R&D 성과 평가의 기준 및 방법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에 의한 동료평가(peer review) 대신, 정량적 평가지표 적용에 따른 줄 세우기식 평가로 인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목표 설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선진형 R&D 체제로의 진입을 저해하는 각종 요인을 제거하는 법령·제도·정책의 개혁을 통해 ‘선순환형’ R&D 체제의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과학기술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한 과학기술 행정의 일원화를 통해 통합된 과학기술 정책을 수립하고, 이의 실행과정에서 범부처 조정기능과 사업별예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송철화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총연합회장

정리 강동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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