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1일 임시 개관하는 '부산과학관' 미리 가보니

불 꺼진 반원형 전시관 내부에 20여명의 참관객이 나란히 섰다. 제조공장 로봇팔이 숨가쁘게 움직이며 자동차를 만드는 장면이 약 20미터 크기의 굴곡진 벽면 스크린 앞에 펼쳐졌다. 곧이어 바로 앞에 놓여진 흰색 자동차 모형이 금새 실제 빨간색 스포츠카처럼 변신, 엔진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전시관 외부에 있던 방문객들이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묻는다. "무슨 일이에요, 뭔가 있어요?"
이는 1관 '트랜스 토피아'에 설치된 '자동차 미디어 파사드'로 국립부산과학관의 대표 전시물이다. 3차원(D) 맵핑 기술을 통해 자동차의 역사와 미래를 3분 내에 모두 보여준다. 내달 1일 임시개관한 후 11일 정식개관하는 부산과학관은 과학에 대한 흥미를 돋우기 위해 '미디어쇼'를 적극 활용했다. '미래해상도시'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4D영상관도 관련한 시설 중 하나이다.

시각뿐 아니라 음향효과로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실물을 소형화한 '비행기 제트엔진'은 정해진 시간 '꽝'하는 천둥같은 소리를 내며 전시관 벽을 따라 한 바퀴 돌도록 설계됐다. 그 속도가 워낙 빨라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볼 수 있는 TV가 따로 설치돼 있을 정도다.

◇180여 전시물중 체험형이 80%
부산 기장군 기장읍 동부산관광단지 일대에 위치한 국립부산과학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야외전시공간인 '워터플레이 그라운드'가 먼저 눈에 띄었다.
바닥에선 작은 분수, 놀이 시설 곳곳에선 물이 증기처럼 분사되도록 설계돼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워터파크에 온 것처럼 더위를 식히며 신나게 뛰어놀 수 있다. 폭염 등에 취약한 어린이들을 위해 마련된 '무더위 쉼터'이다.

부산과학관은 지역 특성에 맞춰 배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디자인됐다. 11만3000㎡(약 3만4215평) 부지에 천체투영관과 RC카 경주장, 야간천체관측 활동을 포함한 1박 2일간의 체류형 과학체험활동을 위해 120명을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캠프관 등을 갖췄다. 총 사업비는 1217억원이며, 연간 예상 관람객은 79만명이다.
부산과학관은 동남권 주력산업인 자동차·항공우주(1관), 선박(2관), 에너지·방사선의학(3관)을 주제로 180여 개의 다양한 과학전시물이 갖춰져 있다.
부산과학관 전시기획실 선임연구원인 최준영 씨는 "전시물 중에는 타보거나 손으로 직접 해볼 수 있는 체험물 비중이 전체의 83%에 달한다"며 "타 지역 과천·중앙(대전)·대구·광주과학관 평균(20~30%) 보다 3배 가량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나로호'를 우주로 쏘아 올린 나로우주센터 내 모습을 아이들의 체형에 맞춰 재구성한 지상 통제국 체험관은 아이들이 각자 역할을 나눠 실제 로켓을 쏘아올릴 때의 긴장감과 흥분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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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위를 걷는 우주인이 되어 보는 '월면체험'은 장시간 줄을 서야 할 수 있는 필수 체험코스로 꼽힌다. 천정에 부착된 스프링에 이어진 배낭을 등에 메고 걸으면 어기적어기적 걷게 된다. 최 연구원은 "달의 중력은 지구의 6분의 1쯤 되는 탓에 앞으로 걷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우주인도 이 같은 장비 등을 통해 걷는 훈련을 한다"고 설명했다.

천체관측소에는 전국 5개 국립과학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360mm 굴절망원경을 갖추고 있다. 최 연구원은 "도시 불빛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반사보단 굴절망원경을 택한 것"이라며 "성단이나 행성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천체 투영관에는 120도로 편안히 누워 17m 대형스크린을 통해 밤하늘의 신비를 체험할 수 있다. 최 연구원은 "이곳에서 보는 5분 분량의 영상 한 편의 단가가 1억원"이라고 귀띔했다. 이 같은 영상을 부산과학관은 4~5편 가량 보유하고 있다.
◇그래도 과학관 핵심은 기초과학
이외 2관에는 선박의 운항·항해, 3관에는 미래 청정에너지 활용 및 방사선의학 체험기기 등이 즐비하다. 이처럼 지역 밀착산업의 미래를 한눈에 보여주는 과학관으로 볼거리는 풍성하나 결국 과학관의 핵심은 기초과학이다.
최근 세워진 국립과학관 대부분은 차별화를 명목으로 지역 특화산업 위주의 과학 전시물 구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산과학관은 선박과 방사선의학, 대구과학관은 섬유산업과 한의학, 광주과학관은 광학산업 관련 전시물로 채우는 식이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지역산업과의 연관성을 고려하는 건 잘못된 접근방식이라고 충고한다.

함께 둘러본 부산대 김상욱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관 설립의 취지는 기초과학지식을 알려주는 게 핵심인 데 지역특화산업과 관련한 응용과학 전시물에 편중된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미국 보스톤과 영국 런던, 독일 뮌헨 과학관의 전시물 내용은 거의 유사하듯 앞으로 부산과학관은 보다 보편적이고 근본적인 과학원리를 일깨워주는 전시물 확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범운영기간 이곳을 둘러보고 나오다 만난 한 관람객은 "지역특화란 외부 관광객 유입을 고려한 관광시설일 경우에 적합한 개념"이라며 "과학교육을 취지로 지역시민들을 위해 지어진 국립과학관에는 썩 어울리지 않는 접근방식 같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