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된 지 어느덧 1년 반이 흘렀다. 법 시행 초기에는 국민을 이른바 ‘호갱’으로 만들었다고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제도적으로 상당히 안정됐다. 물론 단통법 성과에 대한 갑론을박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부정적 견해도 남아 있다.
늘 그렇듯이 현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세밀하게 분석하는 데만 몰두하다 보면 정작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는 수가 있다. 단통법이라는 새로운 틀 속에서 이동통신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지를 파악하고 이러한 변화가 올바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렇다면 단통법이 이동통신 생태계에 가져온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잠시 시간을 되돌려 보자. 단통법 이전에는 고가 스마트폰과 고가 요금제의 연결고리 속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통신비가 우리나라를 들썩이게 했고, 급기야 주요 민생 문제의 하나로 다뤄졌다.
단통법 시행 후 고가 스마트폰, 고가 요금제, 고액 판매 장려금의 연결고리를 크게 약화시켰다. 저렴한 가격에 성능까지 겸비한 중저가 스마트폰의 출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이제는 저가 요금제에 가입해도 일정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스마트폰 구입과 연계한 고가 요금제 가입이 불필요해졌다. 기기만 변경해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어 굳이 다른 통신사로 옮기면서 고가 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에 대해 신뢰할 만한 가격 정보를 갖게 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단통법 이전에도 스마트폰의 출고가 정보는 존재했다. 그러나 얼마만큼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지의 정보는 인터넷상에서 떠도는 소문을 통해서 어림잡아 볼 수 있는 정도였다. 단통법의 지원금 공시제도로 인해 게릴라식 보조금 경쟁에 편승해 많은 혜택을 누리던 소수에게는 기회가 없어졌다. 대신 보조금 혜택이 모든 이용자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고 있다. 당연히 받을 수 있는 자신의 혜택을 본의 아니게 일부 가입자에게 몰아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시 지원금 대신 20%의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의 선택 폭은 훨씬 늘어났다. 소비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요금제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지 시작했다. 급기야 우체국의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가 폭발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면 앞으로 생태계는 어떻게 더욱 발전해야 할까? 2009년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촉발된 ‘스마트 모바일 시대’가 성숙단계를 지나면서 시장은 한 방향으로‘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는 모바일 생태계와 연결된 사물인터넷 제품이 단연 돋보였다. 이같은 변화는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우리나라 SK텔레콤과 KT는 지금보다 270배 빠른 5G 기술을 시연하면서 세계 이동통신 기술표준을 주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가상현실(VR) 서비스를 새로운 스마트폰 출시 행사에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차세대 모바일 서비스의 새로운 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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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이 모든 것(Mobile is Everything)’이라는 주제로 자동차 등 제조분야는 물론이고 농·축산분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가 모바일로 연결되고 재편되는 사물인터넷 시대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제 이동통신 생태계에서 스마트폰만의 축제는 서서히 저물고 있다. 단통법으로 인해 고가 스마트폰 판매에만 치중된 보조금 전쟁을 종식시키고 요금경쟁 중심의 시장 질서를 되찾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시 건강해진 우리의 이동통신 생태계가 새로운 서비스 경쟁 환경으로 진화하면서 사물인터넷 시대를 선도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