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업 참여한 VR 페스티벌 관람전 가보니…VR에서 웃고 놀고 친구도 만난다

"앗! 윽! 엇!…혹시 이거 타다 떨어질 수도 있나요?"
솔직히 무서웠다. '현실 세계에서 못 배운 자전거, 어디 한번 맘껏 타 보리라' 다짐하며 가졌던 일말의 흥분감은 스튜디오 자전거에 앉아 VR기기를 쓰자마자 오간데 없이 달아났다. "부릉" 하는 시동 소리가 헤드폰을 통해 들리는 순간 내리고 싶었지만 일단 좀 참아보기로 했다. 스타트 신호가 나고 산악 레이스를 시작한 지 채 2분이나 됐을까. 허공에 대고 외치는 나를 발견했다.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면 어떻게 하나요?" 어이없는 듯 직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 마세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순간이 눈 깜짝할 새 내 눈앞에서 펼쳐졌다.
지난 6일 '코리아VR페스티벌'을 찾았다.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이 전시회는 삼성전자, 소니, 오큘러스 등 44개 국내·외 VR 관련 기업들이 신기술을 마음껏 뽐내보라고 민관이 협동해 만든 자리였다.

스무개 기업이 부스를 차렸다는 공동제작센터부터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놀이동산에서나 들릴 법한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악~! 하아악~!" 반사적으로 눈길이 향한 곳은 집채만 한 '로봇의 팔'이었다. 상화기획에서 만든 이 기기는 '로봇 VR'. VR콘텐츠가 보여주는 상황에 맞춰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탑승객들에게 VR 경험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 준다.
2개 층으로 구성된 기기에는 총 4명이 앉았다. 자리에 앉아 허리에 벨트를 채우고 상반신을 보호하는 안전바를 내린 후 안전바와 의자를 고정시키는 총 3단계의 과정을 거치고 기계가 움직였다.

갓 내린 탑승자에게 소감을 물었다. 그는 "건물 사이를 뛰어내리고 미사일을 피하는 경험이 정말 꿈을 꾸는 것처럼 신기했어요. 울렁거리거나 어지러움은 없었어요. 음…정말 꿈을 꾼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같은 느낌을 경험해 보고 싶었지만 왠지 자신이 없어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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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찾은 곳은 삼성전자 부스. 직전 실감나는 경험담을 들었던 터라 호기롭게 '산악 바이크'에 올라탔다. '기어VR'을 쓴 뒤 핸들을 잡았다. 헤드셋 윗면에 있는 초점 맞추기 버튼을 이용해 화면이 또렷하게 보이도록 초점을 맞추고 머리를 상하좌우로 흔들어 헤드셋을 안정적으로 장착했다.

레이스가 시작됐다. 울퉁불퉁하고 폭이 좁은 산길을 상당히 빠른 속도로 내달렸던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핸들을 꼭 쥐었다. 왼쪽으로 고개를 내려 보면 낭떠러지가 보일 것만 같았다. 비록 떨어져도 손 끝 하나 다칠 리 없지만 이미 마음속에는 무서움과 떨림이라는 감정이 가득했다. 내리막길에 다다르며 가속도가 붙자 결국 SOS를 쳤다. "저 그만 할래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시도한 것은 '석굴암 가상체험 게임'. 인디고라는 스타트업이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개발한 에듀테인먼트용 게임이다. 헤드셋을 끼고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직원이 몸통 둘레에 안전바를 장착해줬다. 석굴암 유례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들으며 장엄한 석굴암의 내부를 좌우 상하로 고개를 돌리며 탐색했다. 묵직한 배경음 때문에 외곽 사찰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문득 뒤를 돌아보고 싶어졌다. 그리고서 한 발자국 발을 내딛어 고개를 드니 하늘에선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작은 별들이 촘촘하게 모인 밤하늘에 넋이 잠시 나갔다. "한 번 뛰어보세요" 라는 직원의 말에 속도를 내 달려갔다. 이미 입에선 "우와!" "어머!" 라는 감탄사가 연신 나오고 있었다. 화면에서 가르쳐준 동작대로 하니 하늘 위로 붕 뜨기까지 했다. 황홀했다. 방금 전과는 달리 헤드셋을 벗고 싶지 않았다.
소니와 오큘러스 부스장은 유독 많은 이들이 찾았다. 기기 내부에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오큘러스 리프트'는 무뚝뚝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착화감은 부드러웠다. 동그랗게 달린 전용 헤드셋의 음질도 나쁘지 않았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VR'의 편안함은 이날 경험해 본 기기 중 최고였다. 이마에 접촉되는 푹신한 패드 덕분에 갑갑하지도 않고 어지러운 느낌이 거의 없었다. 파란색 불이 반짝반짝 들어오는 헤드셋 외관도 매력적이었다. 콘텐츠도 지루하지 않았다. 손에 든 콘트롤러가 VR 화면에서도 등장하니 신기했다. 다음 주 출시될 플레이스테이션VR은 바로 옆에 앉은 친구들을 VR에서 만나 함께 게임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어지러움'과 '콘텐츠'라는 VR의 숙제를 거의 완벽하게 해결한 소니의 저력에 다시 한 번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