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보안시설 블러처리 보완책도 거절…관련 업계 "현명한 판단 환영"

정부가 구글의 한국 정밀지도 해외 반출요청을 최종 불허(不許)키로 결정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한 대치상황에서 안보 위협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가 내세운 가장 큰 이유지만, 심사과정 내내 ‘본사정책’이라는 이유로 정부측 절충안을 모두 거절한 구글의 태도가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국내 사업으로 막대한 이득을 챙기면서도 세금을 회피해온 구글의 사업방식 등이 부각되면서 확산된 반 구글 정서 역시 이번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구글 양보없이 요구만=구글이 국토지리정보원에 정밀지도 반출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건 지난 6월. ‘길 안내’ 등 구글지도 서비스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구글은 지난 10년간 한국 정부에 지도 반출을 간간히 요구해왔지만 공식 신청서류를 제출하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정부는 협의체 결성 이후 구글에 분단국가의 특수상황을 고려해 구글이 서비스하는 구글어스(위성영상) 서비스에 한국내 주요 보안시설에 대한 블러(흐릿하게) 처리나 저해상도 처리 등을 반출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구글은 ‘본사 정책’을 이유로 이같은 절충안을 모두 거부했다. 정부는 심사기한까지 연장해가며 협상을 이어갔지만 구글은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며 결국 타협점 찾기에 실패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구글측에 ‘독도’ 지명 표기도 요청했으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번 결정에는 구글의 세금 회피와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 등이 불거지며 확산된 반구글 여론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구글은 ‘혁신 서비스 제공’이란 명분을 지도 반출 사유로 내세웠지만 국내 기업과의 제휴 또는 국내 서버를 둠으로써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정부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로 구글 지도 국외 반출이 허가될 가능성이 유력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그런 부분을 논의했지만 현재로선 통상 압력 등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깊이 논의한 건 아니다”고 답했다.

◇구글 ‘유감’…국내 인터넷 업계 ‘환영’=구글은 정부 결정에 대해 “우리도 안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구글은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련 법규 내에서 가능한 지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구글의 입장 변화를 전제로 언제든지 재신청을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이나 단기간 내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로선 구글이 한국 정부의 최종입장을 재확인한 만큼, 국내 기업과의 제휴 등을 통해 ‘길찾기’ 서비스나 ‘안드로이드 오토(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내놓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반면 그동안 구글 지도 반출에 반대해왔던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국가 안보와 국내 산업보호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라며 일제히 환호했다. 앞서 관련 업계는 구글에 4차 산업의 주요 재원인 지도데이터를 구글에 아무런 조건 없이 넘겨줄 경우 불공정 경쟁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해왔다. 네이버 관계자는 “구글 지도 반출에 대한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공간정보 산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도를 기반으로 한 미래 산업 경쟁에서 글로벌 기업에 뒤처지지 않도록 혁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