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혼돈의 모빌리티 시장 ①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1년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토교통부가 약속한 제 2의 타다는 나오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융합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한 사업자들이 지난달까지 국토부의 플랫폼운송사업(타입1) 허가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미뤄진 상황이다.
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ICT융합 규제샌드박스를 받은 △코액터스 △파파모빌리티 △레인포컴퍼니 3개 사업자의 부가조건 기한을 지난 10월에서 연말로 연기했다.
당초 이들 사업자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 4월부터 6개월 내로 플랫폼운송사업 면허를 받는 조건으로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했다. 그러나 사업자 서류준비 및 심의위원회 개최 등이 지연되면서 일정이 두 달가량 미뤄졌다. 이들 사업자가 연말까지 플랫폼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하지 못하면, 내년 사업 여부는 불투명해진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코액터스나 파파모빌리티의 규제샌드박스 기한은 내년 7월까지이지만, 연내 면허 취득 조건으로 특례를 준 것"이라며 "부가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내년 사업 가능 여부를 다시 협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업자들은 "현재 서류접수를 완료하고 국토부 실사까지 마친 상태"라며 "이달 내 심의위가 열려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3월 개정된 여객자동차법은 운송플랫폼 사업을 △옛 '타다 베이직'처럼 플랫폼 사업자가 차량을 확보해 직접 유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운송사업(타입1) △'카카오T블루'·'우티택시'처럼 가맹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운송가맹사업(타입2) △'카카오T' 앱처럼 승객과 차량을 중개하는 운송중개사업(타입3) 등 3가지 형태로 제도화했다. 이 중 플랫폼운송은 허가사업으로, 국토부가 기본적인 허가기준을 확인해 플랫폼운송사업심의위에 상정하면 위원회가 허가여부와 차량대수를 심의해 결정을 내린다.

이들 사업자가 플랫폼운송사업 허가를 받으면 국내 모빌리티 시장 혁신이 가속화될까.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용자가 불편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서울에서만 최소 1500대 이상 운행돼야 하는데, 차량대수를 심의위가 정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심의위가 총량제 규제를 받는 택시업계 눈치를 봐 차량대수를 보수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과도한 기여금도 논란이다. 플랫폼운송사업자는 택시업계와의 상생을 위해 △매출의 5% △운행횟수당 800원 △허가대수당 월 40만원 중 하나를 선택해 여객자동차운송시장안정기여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문제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해 대부분의 모빌리티 기업이 적자인 상황에서 기여금 수준이 과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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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법무법인 태평양과 함께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플랫폼운송사업자는 차량·기사·기여금을 모두 부담해야 해 운행건당 사업이익이 475.51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스타트업 업계는 기여금을 운행횟수당 300원 이하로 책정해달라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800원으로 확정했다. 한 번 운행할 때마다 320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는 고스란히 이용자 비용부담이 된다.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가 택시보다 고가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수익도 아니고 매출의 3~5%를 기여금으로 내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라며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다 보니 더 큰 회사들이 뛰어들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3년마다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카카오모빌리티나 우티 등 대형사업자들이 플랫폼운송사업을 외면하는 이유다. 김기년 우티 운영총괄(COO)는 최근 간담회에서 "타입1 진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신청 사업자 규모가 작다보니 새로운 플랫폼운송사업자가 등장해도 예전 타다 만큼의 임팩트가 없을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법 개정을 강력히 추진했던 국토부가 정작 법 통과 후엔 플랫폼운송사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늘날 카카오모빌리티 독주 체제 기저에는 신(新)모빌리티 서비스인 플랫폼운송사업은 조이고, 가맹택시와 택시호출중개시장은 열어준 여객자동차법이 자리하고 있음에도 이를 주도한 국토부가 미온적인 대처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편에선 '카카오T벤티'처럼 대형승합 및 고급택시 면허 기반의 대형택시가 타다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대형택시는 예전 타다의 편리함을 가장 잘 구현한 서비스로 평가받는다. 이에 타다 운영사인 VCNC 역시 올 연말 대형택시 '타다 넥스트'를 선보이기로 했다. 그러나 고급택시 면허 기준을 충족하는 기사가 부족하다는 점이 한계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개인택시 사업자 중 행정처분 이력이 없으면서 5년 무사고 경력을 보유해야 고급택시 면허를 받을 수 있는데, 이를 충족하는 기사가 전체 개인택시 기사(6월 기준의 16만명)의 10%도 안 돼 차량을 무작정 늘리기 어렵다"며 "국토부가 택시 위주의 모빌리티 시장을 만들어 새로운 서비스 출현을 막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