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약진에 국내 방송·영화 업황이 악화하면서 일몰을 앞둔 영상콘텐츠 제작투자 세제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방송학회와 공동 주최한 '영상콘텐츠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영상콘텐츠 산업의 위기가 투자위축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방송영상산업의 2023년 전체 매출액은 25조4022억원으로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같은 해 방송광고 매출은 2조4983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영화 관객수는 2015~2019년 2억명대를 유지하다 2020년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붕괴, 지난해 1억2313만명대에 그쳤다. 2023년 하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전년동기 대비 0.1% 감소해 2015년 이후 정부 통계 집계 이래 첫 가입자 순감을 기록했다.
노 소장은 "글로벌 미디어 시장이 넷플릭스·디즈니 등 특정 사업자 위주로 움직이는 까닭은 큰 위험을 부담할 수 있는 사업자가 소수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해외 주요국에 비해 영상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낮고 산업의 특수성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상콘텐츠 제작비와 관련해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에게 5·10·15%의 기본공제율, 10·10·15%의 추가공제율을 각각 적용하는 현행 세액공제 제도는 올해 일몰을 앞뒀다. 이 제도는 2017년 한시 도입돼 수정·연장을 거듭했다.
노 소장은 "대작 드라마·예능 제작이 증가하는 가운데 3년마다 연장되는 제도는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리스크로 작용한다"며 "제작비 세액공제는 상시제도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상제작 흐름이 장기화·세분화하면서 한 스태프가 여러 콘텐츠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실정인데도 현행 제도는 '다른 영상 콘텐츠 제작을 겸하는 인건비'를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한다"며 "관련 조항을 삭제하거나 실제 작업기여분을 증빙하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 자금유입과 회계 투명화를 목표로 만들어진 '문화산업전문회사(문전사)'는 세제혜택이 중소·중견기업에게만 주어져 설립이 드문 실정이다. 노 소장은 "오히려 투자여력은 대기업이 많은데 의아한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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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세미나에선 기업 규모별로 차등화한 세액공제율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채정화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공제율 차등적용은 공정한 국내 경쟁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정책이었는데, 글로벌 사업자 등장 이후 국내 모두가 열위에 놓였다"며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이상규 강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정책 패러다임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엔 영세제작사 지원이 초점이었지만, 지금은 산업의 생존과 제작투자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이 밖에 새로 도입할 수 있는 지원책으론 △공연 제작비 세액공제 신설 △법인세 미부과 사업자를 위한 제작비 일부 환급제도 △저금리 대출 확대 등이 거론됐다.
노 소장은 "영상콘텐츠 산업은 이익이 특정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생산·부가가치·취업 등 긍정적 외부효과가 크다"며 "영상콘텐츠에 대한 투자유인을 제도적으로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