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면에 등장한 지드래곤. 카메라를 향해 "이건 AI 광고야. 이름은 루이 아니고 리 아니고 뤼튼"이라고 말한다. 지드래곤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찍은 원테이크 형식의 세로 영상 광고다. 배경음악이나 효과음도 없었다. "이게 무슨 광고냐"는 반응이 나왔지만 오히려 화제가 됐다. 제일기획(19,820원 ▲140 +0.71%)이 만든 이 광고는 지난해 6월 공개 직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졌다. 공개 한 달 만에 조회수 1000만회를 넘겼다.
대중의 관심은 AI 기능에 있지 않았다. TV와 OTT, 옥외매체까지 깔린 이 광고는 낯선 서비스를 설명하는 대신 호기심을 자극했다. '뤼튼'이라는 이름부터 각인시키는 데 집중했다.
AI 서비스 플랫폼 뤼튼테크놀로지스의 지난해 광고선전비는 294억원이다. 영업비용이 1060억원에 달했지만 비용 부담을 감수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같은 해 매출이 471억원으로 전년 약 31억원 대비 15배 이상 뛰었다. 광고가 외형 성장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전략은 뤼튼만의 얘기가 아니다. AI 서비스든 패션 플랫폼이든, 소비자의 일상에 파고드는 서비스일수록 광고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가 옷을 살 때, 차를 팔 때, 집을 꾸밀 때, 전문가를 찾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경쟁력인 시장에서 기업들이 광고에 수백억원을 쓰는 이유다.
특히 생활밀착형 IT(정보기술) 플랫폼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에이블리는 2025년 광고선전비로 471억원을 집행했다. 카카오스타일도 같은 해 184억원을 썼다. 패션 플랫폼은 많이 보이고 많이 떠올라야 구매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광고의 역할이 크다.
헤이딜러가 대표적인 사례다. 운영사 피알앤디컴퍼니는 2022년 광고선전비 509억원, 2023년 423억원을 쏟아부었다. 김혜수, 한소희, 수지 등 유명 모델을 앞세워 "내 차 팔 땐 헤이딜러"라는 광고 멘트를 소비자들의 뇌리에 새겼다. 인테리어 중심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와 숨고 운영사 브레이브모바일도 연간 200억원대 광고선전비를 쓴 것으로 파악된다.
유명인 모델 기용도 같은 맥락이다. 대중에게 낯선 서비스를 짧은 시간 안에 설명하고, 신뢰와 친숙함을 동시에 심기 위해서다. 지드래곤의 뤼튼, 한소희의 헤이딜러처럼 스타 한 명이 브랜드 첫인상을 만드는 것이다. 플랫폼 업계에선 먼저 이름을 알리고, 이후 수익성 개선에 들어가는 방식이 흔한 성장 경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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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인지도를 빠르게 끌어올리지만 손익계산서엔 곧바로 부담으로 반영된다. 뤼튼은 매출이 15배 이상 뛰었음에도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약 581억원이었다. 브랜드 선점을 위한 투자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적자를 감수한 외형 경쟁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IT 플랫폼 시장에선 인지도가 곧 생존력"이라면서도 "다만 광고로 얻은 존재감을 실제 이익으로 바꾸지 못하면, 화려한 캠페인만으로는 지속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다음, 그 인지도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게 신생 IT기업의 과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