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톡 '선물하기' 결제금액 1만원 중 2000원은 남에게 보내는 선물이 아니다. 이용자가 자기 자신에게 물건을 사는 '자기구매'다.
남에게 선물을 보내는 서비스로 출발한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일반 쇼핑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생일이나 기념일에 몰리던 구매를 일상 소비로 넓히기 위해 카카오가 3년 가까이 자기구매를 키운 결과다.
11일 카카오(40,900원 ▲1,350 +3.41%)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선물하기 전체 거래액에서 자기구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다. 카카오는 이 비중을 최근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처음 숫자로 공개했다.
2분기 선물하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9% 늘어나는 동안 자기구매 거래액은 39% 증가했다. 전체 성장률의 4배가 넘는다. 자기구매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40%, 올해 1분기 53%였다.
자기구매는 받는 사람을 자기 자신으로 지정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선물할 상대가 없어도 선물하기에 입점한 상품을 일반 쇼핑몰처럼 살 수 있다.
사는 물건도 '선물용'과는 달랐다. 상반기 최대 할인 행사인 카카오쇼핑페스타가 열린 지난 3월 자기구매 1위 상품은 다이슨 에어랩 스타일러였다. 같은 기간 남에게 가장 많이 보낸 상품은 배달의민족 5만원 교환권이었다. 남에게는 쓰임새 넓은 상품권을, 자신에게는 값이 나가는 취향 상품을 산다.
남에게 보내는 선물은 '계기'가 있어야 거래가 생긴다. 생일이나 기념일, 명절이 아니면 선물하기를 열 이유가 마땅치 않다. 반면 자기구매는 계기가 없어도 반복된다. 카카오가 자기구매에 공을 들여온 이유다.
시작은 2024년 4월 자기구매 전용 프로모션 '포 미 위크'였다. 그해 11월 3분기 실적발표에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선물하기에서 자기 구매 비중을 높이고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벤트를 확대하는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기구매를 성장 전략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이후 장치를 하나씩 붙였다. 지난해 5월 '나에게 선물' 탭을 따로 만들었고 올해 1월에는 상품 랭킹에 '내돈내산' 코너를 신설했다. 2만원 이상 사면 2000원, 7만원 이상 사면 7000원을 깎아주는 전용 할인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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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선물하기 전체도 되살아났다. 거래액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까지 떨어졌다가 이번 분기 9%로 올라섰다. 지난 5월에는 월간 기준 역대 최대 거래액을 기록했다.
다만 자기구매만으로 커머스 사업이 계속 탄력을 받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선물하기가 속한 톡비즈 커머스 매출은 2분기 243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 늘었지만 직전 분기 2700억원보다는 10% 줄었다.
카카오의 다음 카드는 에이전틱 AI다. 자기구매가 선물할 사람이 없어도 사게 만드는 장치였다면, AI는 쇼핑하러 들어오지 않아도 사게 만드는 장치다.
이용자가 카카오톡에서 배달 음식 이야기를 하면 AI가 의도를 읽고 메뉴를 추천한 뒤 주문과 결제까지 연결한다. 첫 협력 대상은 쿠팡이츠. 주문은 쿠팡이츠가 받고 결제는 카카오페이로 한다.
카카오톡 커머스의 중심이 '누구에게 무엇을 보낼지'에서 '내가 무엇을 살지'로 옮겨갈지 하반기 실적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