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발주 때 가격 결정, 베라 루빈 2016장과 무관"
메모리 비중 5~10%→25~30% 급등이 원인…2조5000억 컴퓨팅센터 '1만5000장'이 다음 시험대

AI 서버 가격이 내년 초 출하분부터 15%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정부가 올해 2조원가량을 들여 확보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 9704장은 인상 사정권에서 벗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발주 시점에 가격이 확정되는 구조여서다. 다만 국내 클라우드 기업 중에는 인상 가능성을 이미 구두로 통지받은 곳이 나왔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최근 엔비디아 주요 고객들이 최신 베라 루빈과 그레이스 블랙웰 계열 서버에 대해 인상 안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오르는 것은 GPU 칩값이 아니라 GPU와 메모리, 네트워크 장비가 결합된 서버 시스템 가격이다. 원인은 함께 탑재되는 HBM(고대역폭메모리)과 서버용 D램 값 상승이다. GPU가 연산하려면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할 메모리가 필요한데, AI 모델이 커질수록 요구 용량도 늘어난다. 업계는 부품 원가 중 메모리 비중이 현재(그레이스 블랙웰 랙 적용시 원가 비중 5~10%)보다 3~5배(베라 루빈 랙 적용시 25~30%) 뛸 것으로 본다.
이 문제가 정부 사업과 연결되는 것은 구매 단위 때문이다. 정부와 클라우드 기업은 GPU 칩을 낱개로 사지 않는다. 가격은 GPU·CPU·메모리·네트워크 장비를 묶은 구축 시스템 단위로 매겨져, 메모리값이 오르면 GPU 확보 비용도 따라 오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약 2조805억원을 들여 국내 기업의 AI 모델 개발과 국가 AI 프로젝트에 쓸 GPU 9704장을 확보하고 있다. 장비 규모를 GPU 개수로 나타낸 것이다. 이 중 베라 루빈 2016장이 내년 상반기 도입 예정이라 인상 시점과 겹친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이미 발주한 물량에 가격인상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발주할 때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지 사후에 확정되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베라 루빈 2016장 가격과 무관하고 이미 정해진 물량과 기종에도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수행기관인 네이버클라우드는 "인상 예고에 대한 구두 통지를 확인했고 아직 정식 안내 전이라 인상률은 미정"이라며 "기존 주문 물량 중 내년 초 입고분은 인상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 사업에 참여한 다른 기업 관계자도 "최근 문의했을 때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곳은 있었다"면서 "이미 발주가 나가 정부 사업비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기존 계약이 안전하다고 앞으로의 가격까지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AI 서버는 정해진 소비자가격이 아니라 발주 당시의 부품값과 시스템 구성, 계약조건으로 견적이 정해진다. 언제 발주했느냐에 따라 같은 제품값도 달라진다.
정부는 2조5000억원을 들여 2028년까지 전남 해남에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짓고 첨단 AI 반도체 1만5000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장비는 구매 시점의 최신 제품으로 정한다는 방침이라 메모리값 상승세가 이어지면 같은 예산으로 살 수 있는 수량이나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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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을 따로 계산하기도 쉽지 않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구축 시스템 단위로 단가를 산정하는 구조라 메모리 가격 차이만 떼어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메모리발 가격 변동은 새 장비를 발주하는 시점의 견적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