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적의 항암제'라는 마법의 단어

[기자수첩]'기적의 항암제'라는 마법의 단어

김명룡 기자
2014.09.22 08:05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암 환자나 암 환자의 가족들에게 절실하게 와 닿는 표현일 것이다. 과거 암 진단은 사형선고와 다름없었다. 의료와 신약개발 기술의 발달로 암을 극복하는 사례가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암은 공포의 질병이다.

대개 암환자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생존에 대한 욕망'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극대화된다. 암환자 가족들도 암환자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하게 된다. 사기꾼들은 이 같은 심리를 파고든다. 신앙이나 심령술로 암을 치료한다거나, 대체요법이 있다거나, 기적의 암치료 물질을 발견했다거나 하는 등의 '암환자의 절박함'을 돈벌이로 이용한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제약사나 바이오회사에게 항암제시장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현재 전 세계 항암제시장은 100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새로운 약들이 개발되면서 시장은 더 커지고 있다. 이들이 사기꾼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필수절차인 임상시험을 통해 신약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한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췌장암치료제를 국내 21호 신약으로 허가를 내줬다. 국내 제약·바이오회사가 개발해낸 21개의 신약 중 항암제는 5개가 됐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항암제 중 상업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것은 없다. 하지만 항암제에 대한 도전인 여전히 진행형이다. 면역세포치료제, 표적항암제 등 새로운 작용원리를 이용한 항암제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사가 항암제 개발에 성공하면 암환자들은 더 빨리 그리고 더 싼값에 새로운 치료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이들이 상업적으로 성공한다면 우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일부 바이오기업이 '사기꾼'과 '혁신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몇몇 바이오기업은 임상시험이나 허가라는 검증절차를 무시한 채 개발 중인 항암제를 환자들에게 파는 경우도 있다. 또 항암제 개발을 주가부양의 수단으로만 이용하기도 한다.

혁신적인 기술이 싹을 틔우고 있다면, 혁신적인 신약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암환자와 암환자의 가족 그리고 투자자들이 '기적의 항암제'라는 마법의 단어에 현혹돼 피해를 보지 않도록 더욱 엄격히 관리하는 정부의 역할도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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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룡 증권부장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바이오산업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미래 먹거리입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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