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글로벌 기술계약 주도 및 확장 전략 가속…국내 파트너 추가 기회 가능성 재조명
에이비엘바이오 '기술이전→지분투자' 선례…올릭스·알지노믹스 플랫폼 확장성 부각

미국 일라이 릴리(이하 릴리)가 글로벌 기술거래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주도권을 잡은 대사질환 외 영역과 신규 모달리티(약물전달방식), 플랫폼 기술 확보에 힘을 싣고 있다. 릴리와 협업을 체결하거나 다른 기술이전 등을 통해 경쟁력을 입증한 국내사들의 기회 역시 커졌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24일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릴리는 1분기 총 43건의 글로벌 기술이전 거래 중 5건의 계약을 체결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공개된 선급금 규모만 5억5000만달러(약 8200억원)로 전체의 약 10%를, 마일스톤(기술료) 기준으로는 24%의 비중을 차지했다.
기술이전과 함께 인수합병(M&A)도 병행하고 있다. 1분기 동안 3건의 M&A를 단행하며 최대 114억달러(약 16조9200억원) 규모를 투입했다. 이를 통해 피인수사가 보유한 수면장애, 자가면역질환, 염증성질환 신약을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이달 유전자 치료제 개발사인 켈로니아 테라퓨틱스를 약 70억달러(약 10조4000억원)에 사들이며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 단기적으로 M&A를 통해 상업화 시점을 앞당기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술이전을 통해 초기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전략이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릴리의 공격적 투자 배경엔 비만신약 '마운자로'의 성공이 존재한다. 2024년 450억달러(약 66조원)로 글로벌 제약사 9위였던 릴리 매출은 지난해 마운자로 판매 호조에 625억달러(약 96조원)로 급증했다. 1년 새 45%에 달하는 매출 성장률을 앞세워 매출 순위 역시 단숨에 3위로 도약했다.
릴리는 비만·당뇨 치료제 이후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항암, 면역·자가면역질환 등 대형 적응증과 함께 RNA, 이중·다중항체,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등 차세대 모달리티에 대한 투자를 병행하고 있다. 특정 자산 확보를 넘어 다양한 기술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과의 접점도 형성됐다. 올릭스(182,300원 ▲9,300 +5.38%)와 알지노믹스(185,200원 ▲1,700 +0.93%)는 릴리와 RNA 기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플랫폼 기술을 실제 글로벌 제약사의 파이프라인에 편입시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릴리가 후속 개발과 상업화를 담당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기술 검증을 넘어 사업화 단계까지 연결된 협력 모델로 평가된다.
단일 파이프라인 확보에 그치지 않고 후속 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동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적응증 확장이나 신규 타깃 발굴이 가능한 구조인 만큼, 이미 기술 적용 경험이 있는 기업들과의 추가 계약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M&A가 아닌 기술이전을 선호하는 국내사들의 핵심 기술은 릴리 중장기 파트너십 전략에 적합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계약을 이끌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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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 입장에서도 검증된 기술과 파트너를 활용하는 것은 개발 리스크를 낮추고 파이프라인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효율성이 높다. 독자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릴리와 파트너십을 맺은 올릭스와 알지노믹스가 기존 계약 외 추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다.
이중항체 강점을 보유한 에이비엘바이오(157,200원 ▲3,700 +2.41%) 사례는 대표적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해 11월 BBB(뇌혈관장벽)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를 기반으로 중추신경계(CNS) 신약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을 체결했다. 최대 3조8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해당 파트너십은 같은해 12월 릴리가 제3자배정증자 형식으로 220억원 규모의 에이비엘바이오 지분투자까지 확장됐다.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바이오 기업에 단행한 첫 지분투자다. 파이프라인 협업 역시 근육질환과 비만 등으로 확장해 플랫폼 기술 가치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릴리와의 협업은 아니지만 알테오젠(369,000원 ▲11,500 +3.22%) 역시 유사한 사례다. 알테오젠은 2020년 MSD와 독자 제형변경 플랫폼 'ALT-B4'에 대한 비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기술을 검증한 MSD는 2024년 2월 양사 계약을 독점적 구조로 변경하며 계약 규모를 대거 키웠다. 이를 통해 알테오젠 기술은 글로벌 매출 1위 항암제 '키트루다'의 제형 변경에 활용됐고, 국내 바이오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오르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을 체결한 국내사 관계자는 "대다수의 경우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은 이미 논의 단계부터 중장기 확장 가능성을 감안하고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최초 계약이 특정 신약 후보에 관련된 것이라고 해도 검증 이후 추가 협업으로 이어갈 수 있는 것이 플랫폼 기술의 진짜 강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