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담뱃값 인상보다 중요한 담뱃갑 경고그림

[기자수첩]담뱃값 인상보다 중요한 담뱃갑 경고그림

이지현 기자
2014.12.28 14:58

"계속 담배를 피우다가 폐암이나 후두암에 걸리는 것이 더 끔찍하겠습니까, 폐암이나 후두암 사진을 담뱃갑에서 보는 것이 더 끔찍하겠습니까. 담뱃갑 경고그림은 예산 한 푼 들이지 않고 흡연율을 낮출 수 있는 효과적인 금연정책입니다."

한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최근 '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데 대해 답답함을 호소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 의지에 따라 내년부터 흡연자들은 2000원 오른 담배를 구입해야 한다. '서민증세'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낮춰야 한다'는 명분이 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담뱃값은 2004년 이후 10년 동안 동결돼오다 지난 9월 초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자들에게 "담뱃값을 최소 4500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말을 꺼낸 지 4개월 만에 80%나 오르게 됐다.

반면 담뱃갑에 혐오그림을 넣는 경고그림 도입은 국회통과 문턱에서 또다시 좌절됐다. '예산부수법안'이 아니기 때문이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담뱃값 인상안이 '서민증세'라는 비판을 뛰어넘는 동안, 경고그림 도입안은 '미관 상 좋지 못하다'는 간단한 반대 논리조차 넘지 못한 것.

흡연율 감소효과로 따진다면 경고그림 등 비가격정책(-12.6%p)이 담뱃값 인상(-7.0%p)에 비해 훨씬 효과가 크기 때문에 먼저 국회를 통과했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가 돈 되는 정책에만 힘을 쏟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담뱃값을 올리면 흡연율이 줄지만 정부의 세수입은 늘어난다. 줄어든 판매량에 따라 담배 한갑 당 담배농가·회사 수입 등을 올려주기 때문에 이들의 손실 역시 보전된다.

정부나 업계 입장에서 담뱃값 인상은 이같이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인데 비해 경고그림은 '손해가 큰 장사'다. 경고그림 도입으로 흡연율이 줄어 담배가 덜 팔리면 정부의 세수입도, 담배회사의 매출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지난 5일 이후 영하 15도를 넘나드는 강추위 속에서도 평일이면 어김없이 국회 앞에 나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건강을 진심으로 생각하고 국회가 담배회사의 로비로부터 자유롭다면 '경고그림 도입'으로 보여 달라는 취지다. 이제 정부와 국회가 이들의 외침에 답을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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