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아들 살리려 대마오일 직구, 검찰조사…엄마의 눈물

[MT리포트]아들 살리려 대마오일 직구, 검찰조사…엄마의 눈물

김지산 기자
2018.09.05 19:03

['의료용 대마' 국회 재도전]①중증 뇌전증에 효능 검증…한국서는 '마약'

[편집자주] 의료용 대마 허용을 위한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재상정 됐다. 2015년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이후 3년만이다. 그 사이 뇌전증 환자들과 관련 단체의 규제완화 요구는 더 거세졌다. 보수적인 한국과 달리 선진국들은 의료용 대마, 더 나아가 마리화나까지 합법화하는 추세. 대마의 효능과 국내외 규제, 활용실태를 짚어봤다.
지난달 10일 강성석 목사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카나비노이드 협회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지난달 10일 강성석 목사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카나비노이드 협회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6월 경북 김천시 김아무개씨(여)는 택배를 받으러 집 밖으로 나갔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뇌종양을 앓고 있는 4살짜리 아들 치료 목적으로 대마오일을 해외에서 직구 했는데 택배 기사로 위장한 검찰 수사관들에게 붙잡힌 것이다. 검찰은 김씨에게 마약밀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치료 목적인 것을 감안해 6개월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이에 항소했다.

#같은 해 7월 7살짜리 뇌전증 환아를 둔 현직 의사 황주연씨도 대마오일을 들여오다 세관에 적발됐다. 황씨는 아이 주치의인 세브란스병원 교수로부터 대마오일이 효과가 있다는 소견서까지 제출한 뒤에야 겨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단순히 치료 목적으로 대마오일을 반입했다가 범죄자로 몰리는 사례가 늘면서 치료용 대마가 필요한 환자와 가족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촉구하며 이달 초 발족한 '한국카나비노이드 협회'에 따르면 대마오일을 직구 했다가 마약 밀수 혐의로 세관에 적발된 건수가 지난해만 80건에 달했다. 약을 만드는 주재료인 칸나비디올(Cannabidiol)이 마약류 관리법에 의해 제조와 유통이 통제되고 있어서다.

칸나비디올은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도 효능을 인정한 의약품 원료다. WHO는 지난해 11월 제네바에서 열린 '약물 의존성 전문가위원회(Expert Committee on Drug Dependence)'에서 의료용 대마가 뇌전증과 완화치료에 유용한 치료법이며 중독 위험이 없다고 규정했다.

대마 추출 건강기능식품을 들고 있는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사진제공=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
대마 추출 건강기능식품을 들고 있는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사진제공=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

WHO에 따르면 칸나비디올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뇌전증, 정신병, 불안, 우울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학계 보고가 잇르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마 원료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이지만 순수하게 칸나비디올만으로 남용이나 의존(마약성) 사례는 없었다고 WHO는 위원회에 보고했다.

황주연씨는 대마오일의 뚜렷한 효과를 확인했다. 황씨는 "아이의 인지발달이 늦은 편인데 대마오일을 복용한 뒤로 눈빛이 뚜렷해졌다"며 "뇌파 검사에서도 전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대마오일은 특히 뇌전증 환자가 주로 필요로 한다. 뇌전증(腦電症)은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 이상을 일으켜 의식상실이나 발작과 경련, 행동변화 등을 일으키는 증세를 말한다. 발작과 경련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면 간질이다. 협회는 뇌전증 환자가 국내에 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을 주도하는 강성석 목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대마오일이 항경련제보다 뇌전증 치료에 효과가 좋다고 인정한다"며 "항경련제는 독성이 강해서 2살 이하 아기들에게 쓰기가 어려운 형편인데도 한국 정부와 국회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등 국가들과 달리 대마에 거부감을 내비쳐온 국내에서는 2015년 처음 법 개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대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부담을 느낀 국회가 미온적 태도를 보여 개정법은 폐기됐다. 올 초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시 발의하면서 법개정이 재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에 상정돼 논의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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