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 국회 재도전]②고대부터 치료제로 활용, 1941년 마리화나법에 마약 전락

대마 전문가 마이클 배키스의 저서 '대마초 약국'에 따르면 대마는 중국, 인도, 이집트, 그리스, 로마와 이슬람권에서 천 년 이상 편두통 예방과 완화제로 사용됐다. 대마초는 인류가 사용해 온 가장 오래된 약제 중 하나다. 문헌상 편두통 치료에 대마 사용이 최초로 언급된 건 9세기 페르시아다. 대마즙을 환자 코에 넣어 구토로 인한 거부 작용을 피했다.
우리 민족도 지난 5000여년 동안 대마초를 진통제로 사용했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서도 당뇨, 신경통, 풍습마비 등 껍질을 벗긴 대마씨의 우수성을 기록하고 처방했다. 1870년대부터 '더 랜시트' '아메리칸 메디컬 어소시에이션' '머크스 아카이브' 등 의학 저널들은 편두통 치료제로 대마를 추천했다.
그러나 천연재료의 한계인 일관성 없는 품질에 더해 마리화나법이 발동되면서 1941년 이후 서양 약국에서 대마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때부터 대마초는 환각 상태를 즐기기 위한 오락용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대마초에는 환각을 일으키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 들어있다. 이 성분으로 인해 대마초를 피우면 기분이 좋아지고, 긴장이 풀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부작용도 있다. 입이 마르고, 눈이 충혈된다. 증폭된 감각으로 인한 환각과 공포심이 나타나기도 한다.
각성효과 때문에 20세기 들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마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1976년 대마관리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00년부터 마약류관리법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렇게 수십 년 간 뒷골목 마약에 지나지 않던 대마는 1990년대 들어서야 서서히 원료의약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대마가 진통효과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치매, 뇌전증(간질), 파킨슨 병 등 뇌 인지관련 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독일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THC가 뇌의 노화를 예방하고 인지능력을 회복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데이비드 슈버트(David Schubert) 박사는 "대마의 THC 성분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 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를 낮춰주고, 이 수치가 낮아지면 염증성 단백질 발현도 감소해 염증과 뇌세포 사멸이 현저하게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1992년 이스라엘이 세계 최초로 의료용 대마 생산과 제작을 법으로 허용하자 1996년 미국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2017년 현재 29개 주에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올 초 여가용 대마, 즉 '마리화나' 규제까지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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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2001년 화학요법에 의한 항암 치료 중 메스꺼움이나 에이즈 환자의 식욕부진 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료용 대마를 허용했다. 올 6월에는 마리화나도 합법화했다.
중국 정부는 2003년부터 대마 재배를 합법화하고 장려한다. 세계 대마 관련 특허 600여개 중 절반을 보유 중이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엄벌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대마오일 등 의료용 대마는 유통되고 있다.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는 적극적인 대마 옹호론자로서 2016년 교토에서 의료용 대마 포럼을 열고 스스로 패널로 참여했다. 영국도 올 가을부터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다.
대마에 대해 관대해지기 시작한 세계적 흐름은 2014년 CNN에 11살짜리 소녀 사연이 소개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한 살부터 주 300회 이상 발작을 일으키던 뇌전증 환자 샬롯은 대마오일을 복용한 뒤 발작 횟수가 한 달에 2~3회로 줄었다. 이 방송 이후 뇌전증 아이를 둔 부모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는 올 6월 영국 제약사 GW파마슈티컬스의 대마 의약품 '에피디올렉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게 된 원동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