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 환자에게 면역력 강화 등의 목적으로 쓰이는 비급여 의약품의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효과가 의심되는 약제가 적지 않지만 관리 체계가 허술해 암 환자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5년도 상반기 비급여 분석 결과 지난해 3월 한 달간 상위 10개 비급여 의약품 진료비는 총 75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은 주로 암 환자에게 쓰이는 의약품(기타의 종양치료제, 항악성종양제)으로, 구체적으로 △싸이모신알파1(272억원, 1위) △상황균사체엑스(58억원, 4위) △엘씨자가혈액유래티림프구(22억원, 5위) △비스쿰알붐(18억원, 7위) △이뮤노시아닌(13억원, 8위)이 전체 진료비의 절반 이상(383억원)을 차지했다. 연간 추정 규모는 4600억원에 달한다.
종양치료제·항악성종양제는 주로 면역증강 목적으로 처방된다. 암 환자가 수술받은 다음이나 항암치료 중 요양·한방병원에 입원하면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싸이모신알파1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요양병원에서 98억원이 쓰여 이곳의 비급여 진료비 항목 중 1위를 차지했다. 한방병원은 77억원으로 도수치료(112억원), 한약(98억원)에 이어 3번째로 많았다. 실손보험과 맞물려 사용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암 환자들이 연간 4000억원 넘게 쓰는 이들 비급여 항암 의약품의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는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7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보의연)이 수행한 의료기술재평가에 따르면 싸이모신알파1, 이뮤노시아딘, 비스쿰알붐 등 3개 의약품은 통상적인 암 치료에서 추가로 사용할 경우 안전성은 양호하나 치료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 '권고하지 않음' 평가를 받았다.
최근 비급여 분석 결과가 발표되고는 '항암 비급여 의약품' 중 2위인 상황균사체엑스의 재평가 필요성도 거론된다. 1990년대 중반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이후 항암요법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지만, 오히려 의료 현장의 처방은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황균사체엑스는 상황버섯 균사체(뿌리 역할을 하는 부분) 추출물로 만들어진다.
비급여 항암 의약품에 대한 관리 강화 주장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급여 의약품과 달리 비급여 의약품은 감시가 느슨하고, 임상·논문을 토대로 한 효과 재평가보다 안전성 중심의 품목 갱신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보의연이 체계적 문헌고찰 등으로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싸이모신알파1 일부 제품에 대해 식약처가 품목을 갱신한 사실이 밝혀져 의원들로부터 질책당하기도 했다.
다만 싸이모신알파1처럼 비급여이면서 면역증강 목적으로 허가 외 사용할 경우에는 약사법상 식약처도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이에 대안으로 의료기술재평가가 거론되지만, 보의연은 재평가 결과 발표 후 파마리서치(싸이모신알파1), 비오신코리아(이뮤노시아닌), 엘비아브노바·다림바이오텍(비스쿰알붐) 등 4개 제약사로부터 민사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당하며 기관 사상 처음으로 법정 공방에 나섰다.
독자들의 PICK!
식약처는 일단 보의연의 의료기술재평가 결과를 토대로 올해 싸이모신알파1, 이뮤노시아닌, 비스쿰알붐의 임상 재평가에 착수할 계획이다. 국회도 비급여 의약품 관리를 위한 제도 정비 의견을 보의연 등에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안상호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의사가 암 환자에게 효과를 과도하게 말하지 말고 사실 그대로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