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낙태약 암거래' 횡행…35~55만원
정부, 낙태약 정식 도입 추진…"합법화 필요" 강조
의료계 "법적 공백 해소가 우선"

"임신 몇 주세요? 정품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지난 18일 임신 중절 약물 '미프진'(성분명 미페프리스톤)을 판매 중인 한 웹사이트의 상담 대화방에 기자가 문의를 남기자 받은 답변이다. 상담 직원은 임신 주수를 물은 뒤 "안전하게 정품으로 배송한다"며 '임신 7주 전 35만원, 임신 7~12주 55만원'의 비용을 제시했다. 부작용이 우려된단 말엔 '현재 나이' '6개월 내 수술 이력' '복용 약물' '삽입형 여성용 피임기구 사용 여부' 등을 물었고, 본인은 약사라며 직접 복용 상담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엔 이 같은 경로를 통해 미프진을 구입한 여성들의 후기와 홍보성 게시물이 다수 올라온 상태다.
19일 정부·의료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 중절 약물 미프진의 정식 도입을 언급하며 관계 부처 간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낙태약 암시장'을 끊어내고 정부 차원의 관리 체계가 마련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미프진은 임신 10주 이내 초기 단계에서 중절을 유도하는 경구용(먹는) 낙태약이다. 1988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현재 미국·중국 등 약 100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2005년 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바 있다.
국내에선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으나 종교계 등의 반발로 대체 입법 마련과 중절 약물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현대약품(7,600원 ▲890 +13.26%)은 '미프지미소'란 제품명으로 2021년 해당 의약품의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측 자료 보완 요구로 자진 취하했다. 이후 2023년 재신청이 이뤄졌으나 당시 관련 법 개정 문제로 심사를 중단했다. 현대약품은 2024년 12월 세 번째 허가를 신청한 상태로 식약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합법적 판매처가 없다 보니 임신 중절을 원하는 여성은 해외 직구 등을 통한 암시장을 이용하는 사례가 적잖다. 이에 여성단체는 "국가가 안전한 임신 중지를 보장해야 한다"며 미프진의 정식 허가를 요구 중이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최근 논평에서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지부 등도 "정부는 법률상 명확한 기준이 없단 이유로 그간 미프진의 정식 허가와 처방 체계 구축 등 필요한 행정 조치를 미뤄왔다"며 미프진 합법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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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반발은 거세다. 특히 법 개정 전이라도 약물을 우선 도입한 뒤 '의사 재량권'에 따라 처방 기준을 판단하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임신 중지 약물의 단순 시판 처방 체계는 불완전 유산, 자궁 파열, 과다출혈, 패혈증 등 심각한 합병증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는 구조적 모순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신 중지 약물의 의약분업 예외 품목 지정 △임신 초기(10주 이내) 투약 제한 △불가항력 의료사고 면책제 도입 △한국인 대상 가교 임상(약물에 대한 인종 간 효능성 확인)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정부는 낙태약 허가로 암거래를 바로잡겠단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음성적으로 미프진을 사다 보니 가짜 약을 쓰거나 사용법을 잘 지키지 못하는 등 여성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다"며 "안전한 사용을 위해선 (미프진)합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국회와 모자보건법 개정을 논의 중"이라며 "의료계와도 안전한 관리 지침 마련을 위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