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성인 10명 중 4명(39.2%), 남성 둘 중 한 명(51.1%)이 비만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팩트시트 2026). 이런 상황에서 성인 비만을 방치하면 연간 23조4000억원의 사회경제적 비용 손실이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비만 치료를 '미용의 영역'으로만 치부해선 안 되고, 정부가 서둘러 급여화해 비만 치료에 개입해야 한다는 게 비만 전문의들의 한목소리다.
3일 대한비만학회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연 '국가 비만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김원석 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비만학회 보험법제위원회)는 "국내 성인 비만의 경제적 부담을 분석한 연구의 중간 결과, 성인 비만 환자는 정상체중인보다 의료비를 79~174% 더 많이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비만환자의 결근, 근무 중 생산성 저하, 조기 사망에 따른 경제적 손실까지 포함하면, 비만으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23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날 학회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가 클수록 연간 지출하는 의료비용이 증가했다. 예컨대 BMI 18.5~23로 날씬한 여성은 연간의료비용이 80만원 수준에 머물렀지만, BMI 30~35의 비만 여성은 140만원을 웃돌았다. 또 과체중·비만 성인인구가 건강한 성인보다 1년에 추가로 내는 본인부담 의료비는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지난해 약 1500명이 비만에 기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025년 약 331억원으로 추정된다"며 "과체중·비만은 의료비 지출액을 늘릴 뿐 아니라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조기사망으로 인한 상당한 경제적 부담까지 초래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학계에선 기존에 비만을 BMI만으로 가려냈지만, 최근 의학계에선 비만을 △임상적 비만 △전임상적 비만 등으로 나누는 추세다. 구체적으로는 고혈압, 수면무호흡증, 무릎 관절통, 당뇨병처럼 조직·장기 기능의 변화를 일으키는 질병(임상적 징후)을 동반한 경우를 '임상적 비만'으로, 이런 질병이 없는 경우를 '전임상적 비만'으로 분류한다.
이날 '국가 빅데이터 및 환자 설문으로 살펴본 한국 성인 비만의 질병 부담'란 주제로 발표한 이청우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한비만학회 보험법제위원회)는 "20대에선 합병증이 없는 전임상적 비만이 더 많지만, 이를 방치하면 임상적 비만으로 이행하며 당뇨병 같은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다"며 "국가가 20대 성인비만 치료에 조기 개입한다면 이들이 향후 임상적 비만으로 이행하는 단계를 크게 줄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를 근거로 성인비만환자 34만9765명의 진단체계를 분석했더니 전체의 20.8%가 임상적 비만, 13.8%는 전임상적 비만으로 분류됐다. 특히 '임상적 비만' 환자군은 정상군보다 고혈압(3.6배), 대사 이상(2.7배), 간질환(26배), 근골격계 질환(2.6배) 등의 유병률이 높았다. 그는 "성인비만은 체중계 숫자만으로 알 수 없는 임상적 징후와 기능적 부담을 기반으로 평가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며 "치료 필요성이 높은 임상적 비만 환자를 위한 치료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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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비만관리정책은 그간 소아·청소년의 비만 예방 위주로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성인비만은 '질환'보다 '미용의 영역'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루면서 고도비만수술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비급여 항목으로 관리돼왔다. 위고비·마운자로 같은 비만치료제의 대상군에 속하는 성인비만 환자들은 급여 혜택 없이 100% 본인이 부담(비급여)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만치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비판이 학회에서 줄곧 제기돼왔다.
이날 이 학회 김민선 이사장은 "우리나라 비만 정책은 예방, 인식 개선에서 중요한 성과를 냈지만 이미 비만·합병증을 겪는 성인 환자들이 비만 진단·치료를 적절한 시기에 받게 하는 정책적 지원은 고도비만수술을 제외하면 거의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치료제 등 고가의 치료비에 대한 부담은 환자 개인의 경제력 격차가 건강 격차를 유도하고, 사회 전체의 의료비와 생산성 손실을 확대할 것"이라며 "비만을 질병으로 명확히 인정하고, 예방부터 진단·치료·장기관리까지 이어지는 국가 차원의 통합형 관리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