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거부 정당성 없다"
대법서 '병원 패소' 판결 확정
"반복된 뺑뺑이, 지역사회 공동 책임"

3년 전 대구에서 발생한 '10대 응급실 미수용(뺑뺑이) 사망' 사건 관련 당시 진료 거부 병원에 대한 정부 행정처분이 정당했단 취지의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응급의학과 의사들 사이에선 응급실 미수용 문제가 배후진료 능력 부재에서 발생하는 만큼 장기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 해결이 우선이란 반응이 나온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대구 지역 A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보조금 중단 처분 및 시정명령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지난 3일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이는 2023년 3월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숨진 사건에서 비롯됐다. 복지부는 같은 해 5월 해당 사건과 관련된 대구 의료기관 8곳 중 조사 등을 거쳐 A병원을 포함한 4곳에 대해 응급의료법상 행정처분을 내린 바 있다.
A병원과 학교법인은 "당시 의료진이 중증 외상 환자 수술에 동원돼 적절한 응급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하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을 맡은 대전지법은 병원 측 주장을 받아들여 보조금 중단 및 시정명령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으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구급대원과 통화로 전해 들은 단편적 정보만으로 수용을 거절한 것은 수용을 거부한 '정당한 사유'로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병원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법리적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이 같은 법원 판단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김재혁 전남 성가롤로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대한응급의학의사회 정책이사)은 기자와 통화에서 "지역에서 응급실 미수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사회가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한 병원에서 책임을 감당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한 결정이다. 병원 역량을 초과해 환자를 받을 때 생기는 (의료소송 등)문제에 대해서도 의료진 개인과 병원에 책임이 전가되는 구조"라고 짚었다.
의료계는 응급실에서 환자를 수용해도 후속 진료를 맡을 전문 인력(세부 전문의 등)이 부족한 상황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응급실 미수용 문제는 의사와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징벌적으로 해결하려 할수록 상황은 더 악화된다. 응급의료 종사자를 제대로 보호해야 환자들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국회는 응급의료 거부·기피의 정당한 사유를 '최종진료 제공 여력이 없는 경우' 등을 포함해 구체화하고, 의료인력 처우를 개선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앞서 지난 3~5월 광주·전라 지역에서 시행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도 이달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시·도지사가 지역 이송체계를 수립해 시행할 때, 지역 특성에 맞춰 중증도와 질환별로 적정 이송 대상 병원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독자들의 PICK!
다만 의료계는 지금의 정책 방향이 여전히 환자 '강제 수용'에 집중돼 있다고 본다. 한 비수도권 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 수용 거부 사유를 구체화한 건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대부분의 대책이 일단 응급실이 환자를 받는 것에 치중돼, 세부 전문의 부족 등 근본적인 배후진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응급실이 존재하는 이유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함이지 그냥 공간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며 "병원은 환자를 안 받는 게 아니라 '못' 받고 있다. 부족한 필수 의료 인력 보강과 특히 지역 병원의 인프라 개선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