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맥에 약물을 10초간 넣어 심장의 혈류를 검사하는 새 약물부하제가 내년 3월 국내 도입되면서 심장 진단의 선택지가 넓어질 전망이다. 특히 운동을 통해 심장에 부담을 주는 기존 운동부하검사가 어려웠던 환자들의 검사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GE헬스케어 진단의약품사업부 한국지사는 5일 서울 소공동 더그랜드롯데서울에서 심장 진단 약물부하제 '라피스캔주'(성분명 레가데노손)의 국내 허가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라피스캔주는 지난 7월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강원준 세브란스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국내 약물부하 심근관류영상검사(MPI)의 진단 환경과 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개선 사항을 소개했다.
심근관류영상검사는 심장 근육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는지 확인하는 검사다. 안정된 상태와 심장에 부담을 준 상태에서 혈류 분포를 비교해 심장 근육에 혈액이 부족해지는 심근 허혈 여부를 평가한다. 이를 위해 혈류를 따라 심장 근육에 분포하는 방사성의약품을 정맥에 주사한 뒤 특수 장비로 촬영한다.
일반적으로 걷거나 뛰는 운동을 통해 심장에 부담을 주지만, 고령이거나 거동이 불편해 운동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약물을 사용하는 방법이 활용된다. 라피스캔주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확장해 혈류를 증가시키는 약물이다. 이를 통해 운동하지 않고도 심장 혈류 상태를 평가하는 데 필요한 약물부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라피스캔주의 특징은 환자의 체중과 관계없이 성인에게 400마이크로그램(μg)을 정맥으로 한 번만 주사한다는 점이다. 기존 약물 부하 검사에선 아데노신이라는 약물을 6초간 지속해서 주입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돼왔는데 환자들은 이 약물의 부작용으로 두통, 어지러움, 얼굴 화끈거림, 메스꺼움, 흉부 불편감 등을 호소해왔다.
특히 천식·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기관지 질환이 있는 사람이 아데노신을 투여받으면 기관지가 수축하면서 호흡곤란을 일으키거나 천명음(호흡 시 쌕쌕거리는 소리)이 나타날 수 있어 아데노신 투여가 제한적이었다. 이 밖에도 서맥·저혈압·부정맥·경련 같은 이상반응이 환자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이와 달리, 라피스캔주는 주입 펌프 없이 한 번의 주사로 투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의료진의 약물 준비와 투여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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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는 "MPI는 관상동맥이 좁아진 상태가 실제 심장 근육의 혈액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고,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부하가 어려운 환자에게도 필요한 검사를 원활히 제공하려면 약물부하의 효과와 함께 환자의 안전과 검사 과정의 편안함을 고려해야 한다"며 "라피스캔주의 국내 도입이 이러한 임상적 요구에 부응하고, 약물부하 심근관류영상검사의 선택지를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라피스캔주를 임상에 널리 적용한 홍콩의 사례도 발표됐다. 홍콩침례병원 줄리오 싱 혼 곽(Julio Sing Hon Kwok) 박사는 "홍콩에선 아데노신이 오래 사용돼왔다가 2024년 라피스캔주를 도입한 이후 현재 홍콩 전역 핵의학센터의 절반 이상이 라피스캔주만 사용하거나 라피스캔주와 아데노신을 같이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데노신은 환자별 체중에 따라 투여 용량 다르게 설정해야 하고, 정맥로를 2개나 만들어야 해 부담이 컸다"며 "반면 라피스캔주는 정맥로를 1개만 만들면 되고, 투여 시간이 10초에 불과해 정맥로를 2개 확보하기 어렵거나 장시간 주입하기 힘든 환자에게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유방암으로 한쪽 유방을 절제한 환자, 혈액투석을 위해 한쪽 팔 정맥에 투석관을 만든 말기 신부전 환자의 경우 아데노신을 투여하려면 다른 한쪽 팔에 정맥로를 2개나 뚫어야 하지만 라피스캔주는 다른 한쪽 팔에 1개만 뚫으면 된다.
라핀스캔주는 내년 3월경 전국 의료기관에 비급여 항목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미국·유럽에선 라핀스캔주 투여 비용이 아데노신의 10배 수준으로 책정돼있고, 홍콩에선 아데노신 라핀스캔주 모두 수백 홍콩달러(100홍콩달러=한화 약 1만7000원)선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아데노신 투여 항목이 급여 항목이며, 현재 1회당 5000~6000원선이다.
이날 GE헬스케어 진단의약품사업부 한국지사 김경수 대표는 "라피스캔주의 국내 허가는 오랜 기간 해외에서 사용 경험과 임상 근거가 축적된 약물부하제를 도입해 심장 진단의 선택지를 넓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