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주의 심화 양상, 선진권 분열 조짐도… 글로벌 환율 갈등 고조
중국 위안화 절상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던 미국과 유럽 간에도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고 있다. 각자의 이해에 따른 보호주의 양상으로 글로벌 환율 갈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7일(현지시간) 미·중·일을 중심으로 한 환율 경쟁 구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중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도 추가 유동성 공급이나 외환시장 개입으로 자국 통화 약세를 조장하거나 방관하는 정책을 취해 유로화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리셰 총재는 이날 ECB 금융통화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환율은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해 움직여야 한다"며 "환율의 과도한 변동이나 무질서한 움직임은 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저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을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강한 달러가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 달러 약세에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ECB는 이날 금리를 동결하고 추가 부양 없이 기존의 양적완화 조치를 유지했다. 역내 인플레이션 우려와 회원국들의 재정적자 위기 지속에 따른 정책 판단이지만 유로화 가치는 이날 달러 대비 8개월 고점을 기록했다.
미, 일 등의 경쟁적인 환율 인하 노력이 유로 강세를 더욱 부추겼다는 환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통합위원은 아예 미국의 환율 정책도 문제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렌 위원은 이날 대변인을 통해 "미국의 환율 정책 역시 유럽을 괴롭히고 있다"며 "유럽은 중국에 했던 것처럼 똑같은 비판을 미국에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유럽은 글로벌 환율 조정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한 문제들을 견디고 있다"며 "이는 유럽 경제의 회복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리셰 총재와 렌 위원의 이같은 지적은 위안화 등 신흥시장 통화의 약세 움직임에 대해 한 목소리로 비판하던 선진권의 분열로 향후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고조될 것임을 예견케 한다.
한편 로버트 죌릭 세계은행 총재는 각국의 환율 경쟁이 보호주의를 강화시킬 경우 1930년대 '대공황'의 실수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독자들의 PICK!
그는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세은 연차 총회에서 앞서 가진 회견에서 "현재 상황이 '환율전쟁'(Currency war)으로 진전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고 있지만 자국 경상수지나 무역수지 흑자를 지키기 위해 환율을 낮게 유지하려는 경향이 분명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긴장 상황은 민간 경제가 다시 성장을 시작하려는 현 상황에서 투자 신뢰를 저해해 결국 글로벌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죌릭 총재는 "역사를 돌아볼 때 이웃을 가난하게 만드는 정책은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