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국 통화 반영한 金 본위제 필요" 졸릭 제안에 논란 확산
"금은 통화가치를 평가하기에 적합한 잣대. 금 기준으로 환율제도 개혁하자."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금 본위제는 1980년대에 끝난 옛날 얘기. 우리는 더 이상 금 본위제를 논의하지 않는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G20 서울 정상회의를 이틀 앞두고 '금 본위제' 기축통화 개혁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신문 기고를 통해 금 본위 통화개혁을 서울회의 의제로 삼자고 제안한데 대해 일부 전문가들이 "부적절한 제안"이라고 즉각 반박하며 논란이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이 여파로 금값은 8일(현지시간) 달러 강세기조에도 불구, 온스당 1400달러선을 뚫고 치솟았다.

◇졸릭 "5개국 주요 통화, 금 가치에 연동"= 졸릭 세은 총재는 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G20은 브레튼우즈 너머를 봐야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새로운 금 본위제를 도입해 환율갈등을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11일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논의되는 국제환율 개혁안으로 제안한 내용이다.
졸릭 총재가 언급한 새로운 금 본위제는 달러, 유로, 엔, 파운드, 위안화 등 주요 5개국 통화를 금 가치에 연동하는 것이다. 환율 체계에 신흥국들의 변화된 경제적 위상을 반영하자는 취지로 금을 기준으로 하되 달러 외의 통화가 포함된다 는 점에서 과거 브레튼우즈 체제와 다르다.
그는 "인플레이션, 미래 통화 가치 등에 대한 시장 기대치를 참고하는 자료로서 금은 유효하다"며 "교과서적으로 금은 오래된 돈에 불과하지만 시장은 현재 금 을 통화 자산의 대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금 본위 기축통화 시스템이 "실용적이고 유연한 제도"라고 밝혔다 . 금을 기준으로 한 환율제도를 통해 시장과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으며 , 정부 역시 환율갈등에 대처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접근은 최근의 G20 담화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그러나 결코 급진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졸릭 총재는 또 새로운 통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도 변화 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각국이 무역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환율 정책을 이용하는 것을 막으려면 IMF와 세계무역기구(WTO)의 기능을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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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 2의 브레튼우즈 체제를 대체할 통화체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시간이 걸 릴 것"이라며 "그러나 이제는 시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다자간 협의가 강한 경기회복을 달성할지의 여부는 G20이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졸릭은 과거에 살고 있다"=졸릭 총재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졸릭이 제안한 새로운 금 본위제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은 미지근한 반응부터 당혹스럽다는 반응까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프레드 버그스텐 미 피터슨경제연구소 소장은 "변동폭이 큰 금을 인플레이션, 통화 가치 등을 판단하는 준거로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가 점차 달러 외에 다양한 통화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환율에 대한 새로운 국제 규제가 필요한 것은 맞다"면서도 "금은 그 일부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에델 툴리 UBS 애널리스트는 금 본위제로 복귀하기에는 금 보유량이 턱없이 부 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고서에서 "기축통화의 공급은 세계 무역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늘어나야 한다"며 "그러나 금 공급은 현재의 수요를 충족하기에도 부족하다"고 밝혔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와 에드윈 트루먼 피터슨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금 본위제는 한 물 간 지난 얘기"라며 졸릭의 제안을 평가절하했다.
트리셰 총재는 "중앙은행 총재들은 더 이상 금 본위제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다" 며 "내 기억으로는 1980년대 미국 재무장관이었던 짐 베이커가 언급했던게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에드윈 트루먼 연구원도 "졸릭은 잠시 금 본위제를 시행했던 1980~1992년에 살고 있는 듯하다"며 "그의 제안은 건설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반면 옹호론자들도 있다.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졸릭의 제안을 지지했다. 새로운 금 본위제를 도입하면 중앙은행은 더 이상 돈을 찍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FT는 "1930년대 이래로 거의 논의되지 않았던 금 본위제에 대한 반응은 비판이 지배적이었다"고 전했다.
브래드포드 드롱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은행이 필요에 의해 통화량을 늘릴 수 없게 되면 디플레이션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우리는 세계1차 대전 이후 15년간 이러한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편, 졸릭이 새로운 금 본위제를 처음 언급한 8일 금값은 종가기준으로 사상 최초온스당 1400달러를 상향돌파했다. 달러강세보다 아일랜드 등에서 비롯된 유로존 불안요인이 더 크게 부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금값은 10년 전 온스당 200달러에서 7배 이상 상승했다.
이날 2월물 금 선물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온스당 7.2달러, 0.5% 뛴 1405달러로 정규거래를 마쳤다. 장중엔 1407.2달러까지 치솟았다. 이 영향으로 필라델피아 금/은지수는 이날 2.45% 급등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