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지지자들이 수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서 이틀째 투석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무법 상황이 시전역에 확대되고 있다. 약탈과 방화가 자행되고 있고,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지지하는 폭력배들이 기자, 외국인, 인권운동가들을 공격하는 동안 군인들은 외국기자들을 체포했다.
이집트 정부는 외국인들이 혼란을 부추기고, 무바라크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10일 이상 광장을 점거하고 있는 시위대를 지지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점차 확산시키고 있다.
오마르 술레이만 부통령은 이날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이처럼 대규모 시위가 있을 때 외국인들이 현장에 나타나 시위대의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 국무부의 P.J. 크롤리 대변인은 "카이로에서 외국기자들을 겁주려는 조직적인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친정부 군중이 타흐리르 광장 외곽의 거리에서 외국기자들을 몽둥이로 구타했으며, 현재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기자들을 포함해 수십명의 외국기자들이 이집트 보안군에 의해 구금돼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그리스의 한 기자는 송곳으로 다리를 찔렸고, 한 사진기자는 빼앗긴 자신의 사진장비로 얼굴을 얻어맞았다. 아랍어 위성방송 알-아라비아는 이집트 보안군에 자사의 사무실을 보호해 달라고 요청하는 자막 방송을 내보냈고, 아랍 최대의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자사의 특파원 2명이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인권운동가들도 공격목표가 됐다. 무장경찰은 이집트의 인권단체 사무실들을 급습, 런던 소재 국제앰네스티 소속 1명과 뉴욕 소재 인권워치 소속 1명 등 인권운동가 5명을 체포했다고 인권단체들이 말했다.
살릴 셰티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우리는 이 중요한 순간에 학대와 구금의 두려움이 없이 이집트의 인권 상황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하는 우리의 동료들과 이들과 함께 있었던 사람들을 즉각 안전하게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이후 대체로 잠잠해졌던 무법 상황이 재개됐다. 카이로 교외 셰이크 자예드의 한 슈퍼마켓이 불타면서 약탈이 자행됐다. 타흐리르 광장에서 몇블록 떨어진 나일강변의 한 오성급 호텔에 인접한 주택건물에서 방화가 있었다. 카이로 북부 슈브라 지구에서도 몇건의 방화가 있었다고 익명을 요구한 보안관리들이 말했다.
이집트 정부는 친무바라크 군중의 2일 반정부 시위대 공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잇따르자 이를 잠재우기 위한 일련의 제스처를 취했다.
독자들의 PICK!
이흐메드 샤피크 총리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배후를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술레이만 부통령은 무바라크 대통령의 아들 가말이 오는 9월의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고 이집트 최대의 반정부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에게 이집트의 장래에 관한 협상을 갖자고 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