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 주가는 더 올랐다

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 주가는 더 올랐다

권성희 기자
2011.02.18 11:44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의 건강이 전세계 이목을 끌고 있다.

타블로이드 가십 신문인 '내셔널 인콰이어러'지가 잡스의 핼쓱해진 모습을 보도한 것이 계기였다. '내셔널 인콰이어러'지는 잡스가 "앞으로 6주일밖에 못 살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았다.

그렇다면 뉴욕 증시의 반응은 어땠을까. 애플 주가는 17일(현지시간) 4.83달러, 1.33% 떨어지는데 그쳤다. '내셔널 인콰이어러'지가 보도한 '6주일 시한부설'로 인한 패닉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잠시 후 시작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실리콘밸리 비즈니스 리더들간 모임이다. 참석자 명단에는 잡스의 이름도 있다. 잡스의 건강 이상설은 잠시 후 오바마 대통령의 간담회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애플, 잡스 건강 때문에 하락한 것은 한달새 3번

여기에서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만약 잡스가 실제로 건강이 크게 악화된 상태라면 어떨까. 투자전문지인 '더스트릿닷컴'의 제이슨 슈와츠는 이에 대해 잡스가 없어도 애플의 성장 스토리는 계속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미 애플 주가에 '스티브 잡스 프리미엄'은 없다는 지적이다.

애플의 주가가 잡스 건강 때문에 떨어진 것은 한 달 사이에 3번이다. 처음은 잡스가 병가를 떠난다는 사실이 공개된 후 첫 거래일인 지난 1월18일이었다. 그 때 애플 주가는 348달러에서 326달러로 하락했다.

두번째는 지난 2월10일 장 중에 나타난 '순간 폭락(Flash crash)'이었다. 당시 애플 주가는 단 4분만에 6달러가 급락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애플 본사에 잡스가 방문한 것이 포착됐다고 보도하면서 애플은 급반등했다.

잡스의 병가로 인한 첫번째 매도 이후 애플 주가가 이전 고점인 348달러를 회복하는데 걸린 시간은 15거래일에 불과했다. 두번째 급락은 당일 바로 만회됐다. 이 두 번의 하락 모두 주가가 떨어졌을 때 매수하는 것이 투자자에게 이익이었다.

마지막으로 잡스의 건강을 빌미로 애플의 주가가 떨어진 것이 17일이다. 슈와츠는 우선 '내셔널 인콰이어러'지의 보도와 관련해 의문을 제기한다. 잡스가 정말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면 지난 1월17일 병가를 발표할 때 애플은 아예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어야 하는 것이 논리적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물론 아무도 지금 정확한 상황은 모른다.

◆잡스 건강 악화는 애플 주가에 이미 반영

하지만 슈와츠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잡스의 건강이 어떻든 애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애플 주가에는 더 이상 '스티브 잡스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이미 잡스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애플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 중에 잡스가 아프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때문에 "잡스가 앞으로 6주일밖에 못 살 수도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어도 애플 주가는 1.3% 떨어지는데 그쳤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슈와츠는 잡스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식으로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매수의 기회라는 신뢰가 투자자들 사이에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애플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기술주 리더다. 잡스의 건강 때문에 애플을 팔았던 투자자들은 하루이틀만 지나면 초조해한다. 애플을 팔았던 투자자들이 어디로 갈 것인가. 애플 대신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를 매수할 것인가.

◆애플, 올들어 나스닥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라

애플의 성장 스토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밸류에이션은 상대적으로 낮다. 애플의 주가 하락이 오래 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플의 주가에서 '스티브 잡스 프리미엄'은 사라졌지만 탄탄한 펀더멘털은 여전하다.

애플이 지금처럼 탄탄한 펀더멘털을 갖출 수 있었던데는 잡스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는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다.(슈와츠는 그 소식을 앞으로 몇 년 뒤에나 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잡스의 부고가 나온 날 애플 주가는 오히려 상승 마감할 수도 있다. 잡스의 건강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불확실성만큼 투자자들이 싫어하는 것도 없지 않은가.

잡스가 없는 최근, 애플의 주가 흐름은 잡스가 있었던 지난 2년보다 더 좋다. 단타 매매자들은 잡스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식에 애플을 팔겠지만 장기 투자자들은 오히려 이 때 애플을 주워 담는다.

올들어 17일까지 나스닥지수는 6.6% 올랐지만 애플은 11.1% 상승했다. 잡스가 건강 때문에 병가를 떠난 올들어 애플은 나스닥지수보다 거의 두 배 가까운 상승률을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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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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