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규제 도입시 문제 국가들 등급 책정 안 해"
국제신용평가사와 유럽간 기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무디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 피치 등이 국가채무가 심각한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강등하자 유럽 측이 "위기를 부채질한다"며 책임을 묻고 나선 것이다.
◇EC "등급 강등, 인정 못 해"=지난 29일 S&P가 그리스 신용등급을 두 단계 하향 조정하자 유럽위원회(EC)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알타화이 대변인은 "그리스는 약속한 모든 경제개혁을 실행했고,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며 "우리는 (S&P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신용평가사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등급 평가에 있어서 공정한 기준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이에 EC 측은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 분야에 대해 더욱 엄격하고 투명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올 여름까지 새로운 규제안을 도입하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C는 신용평가사가 잘못된 판단을 내렸을 경우 법적인 책임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 중이다.
앞서 무디스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내렸을 때도 EC는 신용평가사들이 더욱 다양하게 구성돼야 하며, 신용등급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 정부 보증 채권에도 최저 신용등급 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며 강수를 뒀다.
ECB는 31일 성명에서 "4개 은행에 자본을 확충하고 은행권 규모를 줄이는 아일랜드 정부의 경제·금융 통합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평가 한다"며 신용등급 한도 적용중단 이유를 밝혔다. 이로써 아일랜드 은행들은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을 추가 강등하더라도 자국 국채를 담보로 ECB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다. ECB는 지난해 5월 그리스에도 같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유럽 언론 "신용평가사, 선출되지 않은 권력"=유럽 언론도 이 같은 비판에 동조했다. 독일 경제신문 한델스브라트는 "모든 신용등급은 실질적으로 비교될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 신용평가사들은 자신들이 내린 등급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용평가사가 없는 유럽 은행들은 미국에게 더 많은 재정적 지원을 제공할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받는다고 덧붙였다.
독자들의 PICK!
영국 일간 가디언은 "무디스는 미국의 등급도 내릴 수 있다고 언급했지만 지난 금융위기 때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며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이제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영국 파이낸설타임스도 3대 신용평가사들이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시장의 붕괴를 예측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이들의 신용등급 책정에 대해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평사 "규제 도입시 등급 책정 안 해"=신용평가사들은 유럽이 규제를 강화할 경우 재정위기 국가들에 대한 등급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로이터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S&P는 "새로운 규제로 위험한 국가들에 대해 등급 평가가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디스 역시 같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법적 책임을 지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규제로 인해 등급 평가가 제한된다면 투자자들은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이렇게 될 경우 "유럽 국가들은 투자자들의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