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이 1차 원인이지만, 고속철 운영시스템 미비가 더 큰 원인
중국 철도부는 지난 23일밤, 원저우(溫州)에서 발생한 고속전철 충돌 및 추락으로 220명 이상이 피해를 입은 대형 참사의 원인을 벼락이라는 자연재해로 돌렸다. 하지만 벼락으로 인해 열차가 정차했더라도 후속 열차에 정차 사실을 알렸더라면 대형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는 고속전철 운영시스템의 미비에 따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벼락으로 열차가 정차해서 사고 발생했다는 중국 철도부
철도부는 24일 낮과 밤 두 차례에 걸쳐 이번 고속전철 충돌 및 추락사고의 원인이 벼락이었다고 발표했다.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인 7월23일밤 8시27분경, 항저우에서 푸저우로 향하던 고속전철인 D3115호가 벼락을 맞아 동력을 상실한 채 운행하지 못하고 고량위에 정차해 있었고, 뒤따라오던 베이징발 푸저우행 고속전철 D301호가 정차해 있는 앞 열차를 발견하지 못해 충돌했다는 것이다.
이 충돌로 인해 앞에 정차해 있던 열차는 13번에서 16번까지 객차 네량이, 뒷 열차는 1,2,3,4호 객차가 탈선했고, 모두 네 개의 객차가 다리 아래로 추락했다. 당시 앞 열차에는 1072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고, 뒷 열차에는 558명이 승차하고 있었다.
올들어 중국에 벼락을 동반한 폭우가 자주 내리는 것은 사실이다. 번개와 벼락이 칠 때 강도가 엄청나서, 베이징의 수도국제공항 등에서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되는 일이 잦았다. 고속전철은 설계할 때 번개와 벼락, 폭우와 폭풍 등을 감안하지만, 설계 범위를 벗어날 경우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사실이다. 세계에서 가장 단단하다며 기네스북에 올랐던 일본의 방파제가 지난번 3.11 대지진과 쓰나미에 힘없이 파괴됐던 것처럼 말이다.
◇'벼락論'은 상식으로 납득 안돼, 고속철 운영시스템의 미비가 부른 인재
하지만 고속전철이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사후 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해 일어난 인재(人災)였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앞서 가던 열차가 정차했을 때, 비록 전원이 끊겨 움직이지 못하더라도, 휴대폰 등으로 뒤따라오는 열차에게 서행운전을 하라고 연락만 했더라도 이런 대형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철도기술 전문가는 “벼락으로 자동제어시스템이 작동돼 열차가 정지했더라도 기관사가 사고를 피하기 위한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른 전문가도 “정차된 열차의 자동제어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뒤 열차의 자동제어시스템은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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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다른 전문가는 “당초 열차 시간표에 따르면 뒤에서 추돌한 열차가 앞에 정차해 있던 열차보다 사고현장을 먼저 통과하도록 되어 있다“며 ”운행시간표가 바뀐 것도 사고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속철도 운행경험이 많은 일본에서는 ‘운행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하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 고속전철인 신칸센 전문가는 “열차가 충돌하지 않도록 일정 구간에 두 열차가 동시에 진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철도 안전에 관한 세계 공통의 원칙”이라며 “비록 벼락으로 앞 열차의 전원이 끊겼더라도 뒤 열차와 고속전철 전체 통제실에서는 사고 상황을 파악하고 진입금지 신호를 보내고 제어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했는데 이게 작동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