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S&P, 유럽 이어 美서 규제 압력 받을까

용감한 S&P, 유럽 이어 美서 규제 압력 받을까

권성희 기자
2011.08.06 13:47

신용평가사 S&P가 5일(현지시간) 밤 미국의 늘어나는 연방정부 부채가 걱정스럽다며 미국 국채에서 무위험자산이라는 지위를 박탈했다.

S&P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트리플A(AAA)에서 더블A+(AA+)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그간 미국이 향후 10년간 재정적자를 4조달러 줄이지 못하면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이번주 초 미국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재정적자를 향후 10년간 최소 2조1000억달러 감축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 관계자는 이날 오후 S&P의 신용등급 분석 보고서에서 심각한 산술적 오류를 발견해 S&P의 신용등급 강등 발표가 늦어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S&P가 연방정부 부채를 2조달러 더 많은 것으로 추산해 미국 정부가 직면한 문제를 상당히 과대평가했다고 지적했다.

재무부의 지적에 S&P는 수시간의 토론을 거친 뒤 오류를 시인했다.

무디스와 피치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즉각 내릴 계획이 없으며 미국이 부채 감축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을 좀더 부여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3대 신용평가사가 함께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이 아니기 때문에 S&P의 강등이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결과가 다른 두 신용평가사의 강등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NYT는 그러나 신용등급 강등으로 투자자 신뢰가 흔들리고 정부와 소비자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 이미 취약한 경제가 또다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능성에도 백악관 관계자와 여러 애널리스트들은 신용등급 강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지위에 타격이 될지언정 경제적 영향은 완만할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S&P의 신용등급 강등이 내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 강등이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분명한 증거로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비용도 문제다. 미국 연방정부는 한 해에 2500억달러를 이자 비용으로 지불한다 따라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이자 비용이 연간 수백억달러씩 늘어날 수 있다.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다른 기관들의 신용등급도 함께 낮아질 수 있다고 밝힌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모기지 회사인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은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 있으며 이 결과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모기지 이자가 올라갈 수 있다.

메릴랜드주와 버지니아주, 뉴멕시코주 등 미국 몇 개 주와 미국과 경제적 연관성이 높은 다른 국가들까지 연쇄 신용등급 강등을 당할 수 있다.

S&P가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로 올린 것은 1941년이었다. 당시 S&P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부자 나라가 채무를 갚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신용등급이 AAA로 높아지면서 세계 선도 통화로서 미국 달러의 역할도 확대됐다. 이러한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 덕분에 재정적자가 급속히 늘어났음에도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는 견고하게 유지됐다.

하지만 최근 채무한도 증액을 둘러싸고 벌어진 민주당과 공화당의 정쟁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뒤흔들었다. 미국 정부가 채무 이자를 갚지 못할 것이란 의심은 거의 없지만 정치적 교착상태는 과연 미국이 부채를 갚아나갈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국의 신용평가사들은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주범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미국 의회 패널들은 신용평가사들을 “금융 붕괴라는 바퀴의 중요한 톱니”라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들이 모기지 증권에 최고 등급을 부여해 투자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후 신용평가사에 대한 신뢰 역시 하락했다.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설사 등급 조치가 이익이 되지 않고 인기가 없는 것이라 해도 과감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른 한편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정부의 엄격한 조사에 직면해 있다. 유럽 정부들은 신용평가사들이 그리스를 비롯해 구제금융을 받은 유럽 국가들의 등급을 잇달아 하향 조정한데 대해 불만을 표해왔다. S&P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제는 신용평가사들이 워싱턴에서도 정치적 압력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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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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