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그리스 일부 병원에 암 치료제 공급 중단... 그리스 병원 대금 미지급률 63%
유럽의 재정적자 위기가 병원의 환자들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 홀딩은 잔금을 치루지 못하고 있는 그리스 국영병원에 암 치료제 등의 공급을 중단했다. 이와 비슷한 조치가 잇따를 전망인 가운데 유럽의 재정적자 위기가 드디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로슈의 세브린 슈완 최고경영자(CEO)는 인터뷰에서 “일부 병원의 환자들은 현지 제약사의 처방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이탈리아 뿐만 아니라 스페인 포르투갈의 일부 국영병원들도 대금이 밀린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3~4년간 대금을 지불하지 못한 병원도 있으며 더 이상 병원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온 곳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약품 공급을 중단한 것은 로슈가 처음이 아니다. 당뇨병 치료제가 유명한 덴마크의 노보 노르디스크는 지난해 그리스에 인슐린 약품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노보 노르디스크는 현재 저가의 제너릭 인슐린 공급을 계속하고 있지만 비싼 제품의 공급을 중단했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실제로 그리스 대형 병원들이 빚은 어마어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제약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30일 현재 그리스 국영 병원들은 19억유로(26억2000만원)의 의약품을 지급받고 그중 37%만 대금을 치룬 상태다. 즉 나머지 11억9700만유로, 약 1829억원에 달하는 돈을 갚지 못했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그리스 건강보호 시스템은 재정적자 감축안으로 예산마저 깎인 상태라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한편 제약업체 뿐만 아니라 다른 다국적 기업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할 조짐이다.
미국의 전자결제 업체 베리폰 시스템의 더그 버거온 CEO는 최근 “고객들의 대금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고객들을 면밀히 검토중이며 상황이 악화된다면 신용장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