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유로존의 미래(1)

현재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는 3년 전 그리스의 재정 적자가 예상보다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촉발됐다. 당시 그리스 정부는 2009년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5%를 기록, 전망치 3.7%보다 크게 상회했다고 밝혔다.
시장은 그리스 이외에 다른 국가들의 재정에도 눈을 돌렸고 부채 상환 능력에 의심이 갔던 몇 개 국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국채와 독일 국채 간 금리 차이는 급등하기 시작했고, 이들 국가들은 잇따라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2011년 들어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까지 위기가 확산됐다.
◇경쟁력 간과한 유로존 출범=올 한해의 글로벌 성장세는 유로존이 어떻게 위기에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하지만 유럽연합(EU) 정상들의 결단을 예측하는 분석도 있다. 재정위기의 원인을 대략적으로 살펴보고 유로존의 미래를 몇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서 들여다보자
유럽경제통화동맹(EMU) 내에서 연간 재정적자 수준을 국내총생산(GDP)의 3% 아내로 막고 누적 공공부채는 60%로 제한을 두기 위해 1997년 마련된 안정성장협약(SGP)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탓이 컸다. 2009년 이전까지 재정 적자와 부채 수준은 꾸준히 증가일로를 걸었다.
재정위기의 보다 근본적인 단초는 유로존이 출범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부 국가들은 이미 높은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었고, 유로존 국가들이 경쟁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는 점은 EMU 출범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다. 지난 10년 동안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사이의 경쟁력 차이는 더욱 뚜렷해졌다.
◇재정통합 효과 발휘...ECB, 개입확대=최상의 시나리오는 소속국의 이탈없이 재정위기가 해소되고 통화공동체의 토대가 더욱 굳건해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지난달 유럽연합(EU) 소속 23개국이 합의한 신재정협약이 우선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또 유럽중앙은행(ECB)이 부족한 측면을 지원해야 한다.
EU 정상들은 회원국 중앙은행들의 양자대출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MF)에 자금을 제공해 유로존 구제에 나서는 방안에 합의했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운영을 2013년 7월까지 지속하는 가운데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출범시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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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은 또 자금난에 처해 있는 520여개 유럽 은행들에 최장 3년만기의 자금을 공급해줬다. 올 초에 대규모 유동성 공급은 한 차례 더 시행된다. 비톨드 바르케 PFA 펜션 투자전략가는 "ECB의 유동성 공급으로 유로존 은행의 막대한 차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 같은 조치들은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가 7000억유로에 달하는 상황에서 효과가 빠르지 않다는 점이다. ECB가 구원투수로 나설 수밖에 없다. 로이터가 지난달 25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중 16명이 "ECB가 결국 최후 대출자 역할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유로존이 살아남는다고 해결책이 늦게 도출된다면 후유증은 상당할 것이다. 긴축정책으로 인해 중부와 북유럽 국가들의 성장률은 하락할 것이며, 남유럽 국가들의 경쟁력을 후퇴할 것이다. 더욱이 실업률과 불평등, 빈곤이 증가하면서 유럽 대륙은 사회적 불안과 정치적 분열에 시달릴 수 있다.

◇'그리스, 나가!'...회원국 이탈=현재와 다른 유로존 지형이 나타날 수도 있다. 위기국이 이탈하는 것이다. 현재로선 그리스가 가능성이 가장 크다. 옛 통화 드라크마가 통용되면 곧바로 가치가 최소 50% 하락할 수 있다. 또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은 연간 평균 10% 상승할 전망이다. 이로 인해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하락하고 기업 활동은 위축된다.
막대한 부채로 인해 수년 동안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에 의존해야 한다. 이로 인해 재정조정에 직면하게 된다. 또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경제는 심각한 경기후퇴를 맞게 된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PwC)는 그리스가 부채를 줄이고 생산성을 회복에 노력한다면 시장을 신뢰를 다시 확보해 4년내에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리스 이탈의 직접적인 여파는 은행권 손실과 투자자 신뢰 상실에 따른 자본 유출 등이다. 특히 경제적으로 잘사는 국가들도 그리스 이탈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이 같은 여파는 수년간 지속되지는 않는다. 대략 18개월이면 그리스 이탈의 영향은 사라질 것이라고 PwC는 전망했다.
◇'질서있는 디폴트' 추진=부채 수준을 감당하지 못해 위기국과 이들의 채권자들에 의해 자발적인 부채재조정(debt restructuring) 프로그램이 추진될 수도 있다. 이른바 ‘질서있는 디폴트’가 진행되는 것이다. 이 경우, 몇 개 국가가 얼마만큼의 부채를 상각받느냐에 따라 여파는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유로존 전체가 겪어야 하는 고통은 상당하다.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가 부채의 일정 부분을 상각받게 되면 유럽은 위기의 전염을 막기 위해 은행권에 수천억 유로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들 국가의 국채를 보유한 국가들은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대다수 유로존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 또 디폴트를 선언한 국가들은 신용위축, 리세션, 자산가치 하락이 상당기간 반복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유로존 헤쳐모여!'=독일과 프랑스가 주축이 돼 재정통합이 강화된 새로운 통화 블록을 출범시킬 수도 있다. 네덜란드, 핀란드 등 경제강국이 포함되고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는 시나리오이다. 이탈국은 자국 화폐를 다시 쓰게 된다.
경제적 여파는 신유로존 가입국과 이탈국 사이에서 극명하게 갈린다. 투자자들이 신유로화를 지지함에 따라 변방국가에서 자본이 유입돼 신유로화 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첫해에는 체제 이전비용과 환율 하락으로 경기가 하방 리스크에 시달리지만 이후 값싼 자본 유입과 수입품 가격 하락으로 내수가 호황을 맞을 것이다. 이탈국은 인플레, 실업률 상승, 리세션 등에 시달린 뒤 3~4년의 기간을 거쳐 경제가 제 궤도에 진입할 것이다.
◇유로존의 붕괴...전쟁 발발?=극단적 상황으로는 유로존의 붕괴를 가정할 수도 있다. ING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클리프는 유로존 회원국이 모두 옛 통화를 쓰게 된다면 아일랜드의 펀트와 이탈리아의 리라화의 가치는 새로운 독일 마르크 대비 25% 평가절하될 것이며 스페인과 그리스의 통화는 50~80% 가치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통해 물가 급등과 성장률의 대폭 하락은 불가피하다.
영국 정부의 한 고위관리는 현지 언론에 영국은 유로화 붕괴로 폭동이 일어나는 것에 대비해 비상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UBS는 지난해 9월 보고서를 통해 유로존의 붕괴는 광범위한 정치적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보고서는 "현대의 거의 모든 불태환화폐(fiat currency) 연합은 군사 정부 출현 혹은 내전 발생이 없이 붕괴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