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페인 생선 도매상 카를로스 마샤스(37)는 부인과 노후를 대비해 저축한 돈 3만7000유로(약 5400만원)를 스페인 3위 은행 방키아의 기업공개(IPO) 공모주에 투자했다.
마샤스는 거래하던 저축은행 카사 마드리드를 신뢰했기 때문에, 카사 마드리드를 포함한 7개 저축은행을 합병한 방키아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던 것. 특히 방키아 주식이 매년 7~8%의 배당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말이 마샤스를 유혹했다.
그러나 방키아 주식은 1년도 안돼 폭락했고, 마샤스의 투자금은 4분의 1로 줄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줄어들 가능성까지 남아있다.
마샤스를 스페인 예금자와 투자자들은 방키아를 상대로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변호사와 시민단체가 이들의 분노에 합류해, 방키아 사태의 후폭풍은 소송전과 시위로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마샤스는 "그들은 (IPO 전에) 그 은행이 파산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며 "우리가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놀랐을지 상상해보라"며 격분했다. 그는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며 주주행동 운동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주체와 장소를 바꾼다면 한국의 저축은행 사태와 너무도 닮아있단 점에서 소름끼치는 면이 있다. 이미 봤던 것 같은 기시감(Deja-vu)까지 느껴진다.
보통 "스페인 은행위기?"하면 멀리 떨어진 유럽 대륙의 일이고, 한국 주식시장에 타격을 준다는 점에서만 관심을 갖기 쉽다.
하지만 스페인 위기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그 위기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타격보다 더 무거운 교훈이 있다. 저축은행 사태를 해결하지 않고 봉합하면 나중에 2차, 3차 충격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수 있단 점이다.
스페인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7곳의 부실을 해결하고 단순히 합병하는 방식으로 풀지 않았다면, 스페인의 위기는 찻잔 속의 태풍이었을 수 있다.
한국의 저축은행 문제도 10년 이상 묵은 문제다. 무진회사에서 신용금고로, 그리고 현재 저축은행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한국 저축은행 위기도 인수·합병으로 봉합해왔다. 현재 도마에 오른 저축은행 위기도 미봉책으로 넘기려 한다면, 몇 년 뒤에 우리가 스페인과 같은 위기를 겪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