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젠핑 중국 NDRC 대외경제연구소 주임

"중국 산업계에서는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데 두려움이 있다. 최근 조사에서 중국 산업계 중 40% 가량이 한중 FTA 추진을 원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장젠핑(張建平)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약칭 발개위) 대외경제연구소 주임은 7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중 FTA를 높은 수준으로 시작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여론이 많다"며 한국과의 FTA 체결에 대한 중국 내부의 신중한 분위기를 전했다.
장주임은 "중국은 현재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가는 과도단계에 있고, 개방도 역시 낮다"면서 "특히 서비스업 개방은 중국으로서는 크나큰 도전 인 만큼 한국과의 FTA는 일반 수준으로 개방한 후 천천히 개방도를 높여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장주임은 높은 수준의 개방이 어려운 이유로 농업문제를 꺼냈다. 그는 "한중 FTA 협상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에서 농업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과거 세계무역기구(WTO) 협상과 한·칠레 FTA 협상 당시 한국 농민이 자살한 사건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FTA 체결 후 한국 국회에서 극렬한 충돌사태가 벌어진 일도 있는 만큼 한중 FTA 체결과정에서는 이 같은 경험을 살려 무난하게 일이 성사되기를 희망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 2003년 중국과 홍콩이 체결한 경제협력강화협정(CEPA)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협정 체결초기 높은 수준의 개방을 원했던 홍콩의 불만이 컸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개방도가 높아져 양측이 모두 만족하고 있다는 것.
발개위는 국무원 산하 위원회로 중국의 거시경제정책을 수립, 조정하는 핵심 경제기관이다. 게다가 장주임은 오랫동안 중국의 FTA 전략을 연구해온 전문가이고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에서 방문학자로 연구하는 등 한국 사정에도 밝다. 그런 그가 "높은 수준의 한중 FTA를 조속히 체결해 2015년에 교역규모 3000억불을 달성하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합의와 다소 동떨어진 발언을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 한국과의 FTA를 적극 희망하면서도 개방의 폭과 속도는 조절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는 지적이다. 베이징 외교가 관계자는 "농업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FTA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유리하도록 개방도를 최대한 높여야 하지만 거꾸로 중국은 자국 시장 개방에 부담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주력 산업분야에 대해 중국 역시 중점 육성 대상으로 키우고 있다. 따라서 향후 FTA 협상 과정에서 개방 정도를 둘러싼 갈등이 쉽사리 조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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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 FTA가 갖는 전략적 가치는 중국 역시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중국은 동북아시아 경제통합을 넘어 동아시아, 아시아태평양 경제통합을 꾀하고 있는데, 한·중 FTA는 이를 위한 첫걸음이다.
무엇보다 '아시아 회귀'를 표방한 미국 오바마 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명분으로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만큼 한국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은 미국, 유럽연합(EU)과 동시에 FTA를 체결한 유일한 아시아 국가로 FTA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과의 FTA는 일본을 향한 카드로도 유용하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제도 영유권 문제를 놓고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는 일본은 중국과의 FTA 협상에 부정적인 반면 TPP 참여에는 적극적이다. TPP를 대중국 포위망 전술의 하나로 활용하려는 미국과 이해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장주임은 "한중 FTA가 체결되면 일본의 입장이 달라져 적극적인 태도로 한중일 FTA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한국과 FTA를 먼저 체결한 후, 한중일 FTA를 추진하고 이어 동아시아경제통합을 추진하는 게 순서"라고 중국의 FTA 협상 우선순위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