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증시가 국제 유가 반등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 반전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동안 버팀목 역할을 해 왔던 서비스업과 부동산 지표마저 악화되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다. 이는 투자심리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8.53포인트(0.44%) 상승한 1929.80을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 지수는 53.21포인트(0.32%) 오른 1만6484.99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 지수는 39.02포인트(0.87%) 상승한 4542.61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뉴욕 증시는 경기지표 부진과 유가 하락 영향으로 하락 출발했다. 원자재와 에너지 업종에 이어 자원개발업체에 대한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업종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미국의 휘발유 재고 감소 소식에 유가가 반등하면서 증시 분위기도 반전됐다.
◇ 국제유가, 美 휘발유 재고 감소에 반등…WTI 0.9%↑
증시 분위기를 바꿔 놓은 것은 국제 유가였다. 미국의 휘발유 재고 감소 소식에 일제히 상승 반전하면서 지수도 그 뒤를 따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소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28달러(0.9%) 상승한 32.15달러를 기록했다. 런던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역시 배럴당 1.16달러(3.49%) 오른 34.43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휘발유 재고는 예상을 깨고 220만배럴 감소한 2억5650만배럴에 그쳤다. 난방유와 디젤을 포함하는 정제유 재고도 170만배럴 줄었다. 시장에선 115만배럴 감소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원유 재고는 350만배럴 증가하며 전문가 예상치 340만배럴 증가를 약간 웃돌았다. 하지만 앞서 미국석유협회(API)가 집계한 710만배럴 증가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원유 저장시설이 모여 있는 쿠싱 지역 재고 역시 33만3000배럴 늘어난 6510만배럴로 4주 연속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유공장의 원유 처리량은 일평균 16만3000배럴 줄었다. 정유공장 가동률은 87.3%로 전주보다 1%포인트 낮아졌다. 미국의 지난주 원유수입은 일평균 11만7000배럴 감소했다.
◇ 서비스업 28개월 만에 ‘경기 둔화 국면’… 신규주택판매 ‘대폭 감소’
이날 발표된 경기 지표들은 일제히 기대를 밑돌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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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미국의 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49.8로 전달에 비해 3.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 53.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준선인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3년 10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제조업 불황이 서비스업으로 전염되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마킷은 "신규주문 증가율이 완만해진 데다 경기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고, 동해안 폭설로 경제활동이 차질을 빚은 점 등이 지수를 압박했다"고 진단했다.
신규 주택매매 역시 예상에 못 미치며 4개월 만에 처음 감소했다. 1월중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9.2% 감소한 연율 49만8000호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는 4.4% 줄어든 52만호였다.
지역별로 1월중 서부 지역의 신규주택 판매가 전월비 32.1% 급감한 11만호로 집계되었다. 2014년7월 이후 최저다. 중서부도 5.9% 줄었다. 반면 인구 밀집지역인 남부와 북동부 거래는 1.8%, 3.4% 각각 늘었다.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은 23만8000호로 전월보다 2.1% 늘어 2009년 10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그 결과 판매속도 대비 재고수준은 5.1개월치에서 5.8개월치로 높아졌다. 작년 9월 이후 최대다.
1월중 판매된 신규주택의 중위가격은 27만8800달러로 전월 29만5800달러보다 4.5% 하락했다.
◇ IMF, 성장률 추가 하락 경고… 선진국 재정지출 확대 협력해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추가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IMF는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제출할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부터 경제활동이 약화되고 위험자산의 가치가 급락했다"며 "특히 선진국의 부진이 두드러졌고 추가적인 전망 악화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MF는 증가하는 경기 둔화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들이 정부 지출 확대에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는 중국의 경기 둔화로 신흥국이 고통 받고 있으며 금융시장 불안은 경제 회복세가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해법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 확대를 제시했다. IMF는 "G20 국가들이 재정 여력을 활용해 공공 투자를 확대하고 구조 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하는데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F의 이같은 지적은 지난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처방과 같은 맥락이다.
◇ 英 파운드 7년 최저치 지속, 금값 1.4% 급등
달러는 보합권에 머문 반면 영국 파운드화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 우려에 또 다시 7년 최저치로 떨어졌다. 엔화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소폭(0.06%) 하락한 97.38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과 거의 변동이 없는 1.1018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엔화는 글로벌 증시 부진 등의 영향으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0.54% 하락한 111.5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는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2009년 초 이후 7년 만에 최저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파운드 환율은 0.78% 떨어진 1.3912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RBC 캐피탈 마켓(런던)의 아담 콜 외환 전략분석가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리스크 회피 심리가 커졌고 브렉시트 우려가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지표 부진은 국제 금값을 끌어올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6.5달러(1.4%) 급등한 1239.1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2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불리언볼트의 아드리안 애쉬 리서치 부문 대표는 "투자자들이 리스크와 변동성에서 멀리 떨어지고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며 "금이 이자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0.4%에 불과한 스위스 국채 수익률 보다는 나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은 가격도 온스당 5.7센트(0.4%) 오른 15.297달러에 마감했다. 백금과 구리는 강보합에 머물렀고 팔라듐은 2.6% 떨어졌다.
◇ 유럽 증시, 1주 최저치
유럽 주요국 증시가 연일 하락해 1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구리와 원유 등 원자재가격이 내리며 관련주가 동반 하락한 탓이다.
범유럽지수인 FTSE유로퍼스트300지수는 전장 대비 2.32% 하락한 1259.14에 거래를 마쳤다. 스톡스600지수는 전장 대비 2.30% 후퇴한 320.23에 거래를 마쳤다. 범유럽 우량주인 스톡스50지수는 2.33% 내린 2820.24에 마감했다.
국가별로 영국 FTSE100지수는 전장 대비 1.60% 하락한 5867.18을 기록했고, 독일 DAX30지수는 2.64% 내린 9167.80을 나타냈다. 프랑스 CAC40지수는 1.96% 후퇴한 4155.34에 장을 마감했다.
국제유가는 장중 한때 3% 이상 하락했다. 전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장관이 감산불가론을 재차 강조하면서 시장의 감산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스톡스600 석유·가스지수가 3% 가까이 떨어졌다. 구리가격도 1% 이상 빠지면서 스톡스600 원자재지수(basic resources index)가 6.5% 하락했다.
그 여파로 앵글로아메리칸과 글렌코어, BHP빌리턴과 BP, 로열더치셸 등 주요 원자재 대기업이 일제히 내렸다.
전일 26년 만에 첫 연간 적자를 낸 스탠다드차타드는 4.4% 밀렸다. 도이체방크와 노무라 등이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 조정한 여파가 겹친 탓이다.
코메르츠방크의 피터 딕슨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가 여전히 지나치게 초과 공급되고 있어 원자재가격과 원자재주의 상방 잠재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하며, "해당섹터에 대한 노출도를 늘리기에 적기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