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버핏 능가하는 안목…유니콘 키우는 손정의 투자법

[MT리포트] 버핏 능가하는 안목…유니콘 키우는 손정의 투자법

유희석 기자
2018.04.11 05:04

[손정의 제국] ④ 기술기업에 초기 투자…“승률 90%를 기다린다면 싸움 끝난 후”

[편집자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세계 비즈니스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미국의 우버와 중국의 디디추싱에 투자하면서 차량공유제국을 건설하고 있고, 아마존에 맞서는 전자상거래제국도 구축하고 있다. 반도체·인공지능 회사에 투자하면서 차량공유와 전자상거래, 자율주행차까지 편입하는 거대한 IoT(사물인터넷) 제국을 만들고 있다. 일국의 비즈니스를 자신의 IoT 제국에 모두 복속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 2월 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회사 실적 발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지난 2월 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회사 실적 발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맨손으로 세계적인 기업을 일군 손정의(일본 이름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인이자 투자자로 불린다.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여럿 성공시켜 '아시아의 워런 버핏'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버핏만큼 투자를 잘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둘의 투자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버핏이 저평가된 우량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방식으로 부자가 됐다면, 손 회장은 미래를 선도할 기술기업에 미리 투자해 성공을 거뒀다.

손 회장을 성공으로 이끈 투자 원칙 중 한 가지가 '시대를 바꾸는 기술을 가진 기업과 손잡는다'는 것이다. 트렌드에 한발 앞서나가는 기업을 발굴하고 우군으로 삼는 투자 방식이다. 1986년 작은 벤처기업이던 마이크로소프트(MS)를 발굴해 일본 내 소프트웨어 독점판매권을 따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손 회장은 MS의 소프트웨어가 컴퓨터 운영체제 시장을 석권할 것으로 확신했고, 이는 그대로 적중했다. MS의 윈도3.1, 엑셀, 파워포인트 등의 소프트웨어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며 소프트뱅크 성장에 큰 공헌을 했다.

손 회장은 치밀한 분석을 통해 투자 대상의 가치를 확인하면 다소 위험하더라도 과감히 모든 것을 걸었다. 손 회장은 직원들에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설명하며 "승률이 90%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전장에 나갔을 때 이미 싸움이 끝난 후일 수 있다"며 "M&A은 승률 70%의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위험 앞에서 망설이지 말고, 확신이 있다면 단숨에 승부를 걸라는 조언이다.

한때 인터넷 포털시장을 석권했던 야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성장한 알리바바 등은 이 같은 손 회장의 투자 철학이 빛을 발한 대표적인 사례다. 잠재력은 크지만 무명의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이들이 손 회장의 투자 이후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그렇다고 손 회장이 투자를 도박으로 여긴 건 아니다.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달성할 수 없는 성장성 없는 회사, 현금 흐름이 나쁜 회사 등은 투자 대상에서 철저히 가려냈다. 손 회장이 손자병법에서 착안해 만든 특유의 경영 전략인 '제곱 병법'의 핵심도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이다. 투자에 앞서 빈틈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로 전략으로 압축해 목숨을 걸고 실행해야 일이 성사된다고 손 회장은 강조한다.

손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로 주당 1억2000만원이 넘던 소프트뱅크 주가가 100분의 1 토막이 났지만, 손 회장은 주저앉기는커녕 오히려 투자의 적기라며 새로운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특히 당시 일본 최대 통신사인 NTT가 장악하고 있던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시작하면서 단번에 전국 규모로 키웠다. 모두가 미쳤다고 비판했고, 일각에서는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손 회장은 하루 19시간씩 일에 몰두하며 사업을 밀어붙였고, 매년 1000억엔(약 1조원) 씩 적자를 보던 사업을 5년 만에 흑자로 돌려놓았다. 이후 소프트뱅크는 이동통신 사업에도 진출해 애플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면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공격적이면서도 성공 확률을 정확히 판단하는 손 회장의 투자 전략은 일본 에도시대 무사 사카모토 료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손 회장은 중학교 3학년 때 료마의 자서전을 읽고, 새로운 일본을 꿈꾸며 짧지만 불꽃같은 인생을 살았던 그에게 매료됐다. 책을 읽고 난 다음 손 회장은 "그래, 인생의 길이가 아니다. 어디에 인생을 거느냐가 중요하다"고 다짐했다. 손 회장은 60세가 되는 2016년 말 은퇴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이뤄보고 싶은 일이 많다면서 은퇴를 10년 뒤로 미루기까지 했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가가 된 손 회장이 은퇴 시기까지 미루며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 회장은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때 사업가로서의 쾌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도약을 위해 꼭 성공시켜야 할 사명이 생겼을 때 사람의 대뇌가 활성화한다. 어려운 일에 정면으로 맞설 때 쾌감이 생기는 것이다.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을 때 술에 잔뜩 취해 잠시 잊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해결 방안이 떠오르고 이를 실현했을 때 비로소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그때가 사업가로서 가장 쾌감을 느끼는 순간이다"(니혼게이자이신문,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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