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서 흔들리는 화웨이 '전선'… 커지는 美 우려

동유럽서 흔들리는 화웨이 '전선'… 커지는 美 우려

정한결 기자
2019.02.11 13:54

체코·폴란드, 중국과 미국 사이 갈등… 슬로바키아·헝가리는 화웨이 두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AFPBBNews=뉴스1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AFPBBNews=뉴스1

'화웨이 보이콧'을 전세계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계획이 동유럽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동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을 놓고 누구 편에 설 것인지 논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화웨이 장비를 전 세계에서 차단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체코에서는 화웨이를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시각과 중국과의 투자·무역·사업 기회로 보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체코 정보당국은 지난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안드레시 바비시 총리 역시 화웨이 제품을 공무에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했다. 반면 밀로시 제만 대통령은 화웨이 제재시 중국의 보복이 예상된다며 화웨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최근 화웨이 직원 1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한 폴란드도 정작 화웨이 장비 배제에는 소극적이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지난달 미국 측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즉각적인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한 폴란드 정부 관계자는 "(폴란드가) 중국 대신 미국을 선택한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면서 "(양국 사이에) 끼였다"고 지적했다.

슬로바키아와 헝가리는 화웨이를 지지하고 나섰다. 페테르 펠레그리니 슬로바키아 총리는 최근 화웨이로부터 안보위협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화웨이의 도움을 받아 소방·구급(119) 네트워크를 구축한 헝가리도 비슷한 입장을 발표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수년 간 '일대일로'(중국의 신 실크로드 구상) 사업을 유럽으로 확장하기 위해 동유럽과의 관계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은 지난 2012년부터 중·동유럽의 유럽연합(EU) 회원 11개국과 발칸 반도의 5개국에게 '16+1'로 불리는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매년 중·동 유럽의 정부 정상을 만나 사회기반시설(인프라) 건설 및 자금 지원을 약속한다.

반면 미국은 그동안 동유럽에 소홀한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민하는 동유럽 국가들은 이 때문에 화웨이를 배제하면 중국의 투자 기회만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주중 동유럽에 급파하기로 했지만 이미 늦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위급 인사 파견이 수년 만일 정도로 동유럽과 소원했기 때문이다. 한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부재했던 곳에 (영향력) 공백이 생겼고 중국이 그 자리를 메우면서 선전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WSJ는 유럽이 5세대(5G) 네트워크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미국이 다른 대륙보다 유럽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2017년 기준 유럽 통신장비 시장의 31%를 차지하며 유럽의 에릭슨(29%)과 노키아(21%)를 밀어낸 상황이다. 현재 독일과 영국, 폴란드 등 유럽 각지에서 화웨이 장비가 사용되고 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 냉전에 돌입하면서 그 전장으로 유럽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상당수의 중·동유럽의 국가가 부패에 취약하다"면서 "중국은 이를 이용해 EU 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한결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정한결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