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직원 급여의 중간값 매년 공개하고 있지만 산정방식 기업들 마음대로…1년만에 두세배 훌쩍 오르기도

미국 전역의 1000여개 상장기업이 지난해 직원들의 급여 중간값을 공개했다. 1년만에 가구업체 레짓앤플랫의 '중위임금(전체 근로자의 임금 소득을 금액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소득)'은 전년대비 두배 이상 올랐지만 코카콜라의 중위임금은 66% 하락했다.
뉴욕의 연봉자문업체 컴펜세이션 어드바이저리 파트너스의 에릭 호스킨은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고작 1년만에 25% 이상의 중위임금 변화가 있는 것을 보면 이상하다. 그렇게 많이 변하는 것을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금융개혁법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지난 2017년 1월 회계연도부터 상장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급여 외에 일반 직원들 보수의 중간값을 공개해 서로 몇 배 차이가 나는지를 공개하고 있다. 이는 일반 직원들에 비해 CEO들이 지나치게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을 경계하고 일반 노동자들에게 자신이 받고 있는 임금이 정당한지 비교해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실제로 지난해 월마트의 CEO가 일반 직원들에 비해 1188배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상장사 중 282개 기업의 중위임금이 지난해보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중위임금이 10% 이상 오른 기업은 45개였던 데 반해, 10% 이상 떨어진 기업은 33개였다.
이처럼 1년만에 미국 기업들의 중위임금 변동폭이 컸던 이유는 무엇일까. WSJ는 "시간제 노동자나 외국인노동자까지 중위임금 산정에 고려할 것인지, 건강보험이나 각종 복지제도도 임금으로 넣을 것인지 등 기업이 중위임금 산정 방식에 있어 상당한 재량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업의 사업구조가 바뀌면서 어쩔 수 없이 직원 구성이 변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퍼리스 금융그룹은 지난해 미 최대 소고기 수출업체 '내셔널 비프'의 지분 대부분을 매각했다. 이 곳에서 일하던 대부분의 공장 라인 노동자들이 중위임금 산정에서 빠지고 제프리스 금융사업부 연구원들의 비중이 커지면서 지난해 중위임금은 전년도 4만4584달러(약 5080만원)에서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로 훌쩍 뛰었다.
반면 코카콜라는 탄산음료 매출이 점점 줄고 있는 북미에서의 사업을 정리하고 남아프리카에서의 사업을 늘리면서 지난해 중위임금은 전년 4만7312달러(약 5391만원)에서 1만6440달러(약 1873만원)로 65% 줄었다. 아프리카 인건비가 북미에 비해 훨씬 더 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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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을 이용해 인건비가 싼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중위임금 산정방식에 넣는 기업도 있었다. 침대 매트리스 회사 '레짓앤플랫'은 2017년 중위임금 1만6400달러(약 1868만원)에서 지난해엔 3만2200달러(약 3660만원)로 두배 이상 올랐다. 레짓앤플랫은 2017년에는 프랑스, 영국, 인도 노동자들을 중위임금 산정에서 제외했지만 지난해엔 프랑스와 영국 노동자들은 계산에 넣고 인건비가 낮은 인도, 브라질, 헝가리, 남아프리카 노동자들을 제외해 중위임금을 높였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중위임금 공개 제도가 효용성이 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처럼 기업들의 산정 방식이 제각각이면 임금을 비교하기 쉽게 하려는 중위임금 공개 취지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에릭 호스킨 연구원은 "똑같은 직원에 똑같은 임금을 받아도 기업이 중위임금 산정방식만 바꾸면 더 많은 임금을 준 게 된다"며 "저임금 업무를 용역업체에 맡기고 외국인 노동자를 산정방식에 넣는 것이 중위임금 상승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