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범죄자 중국 본토에 송환할 수 있도록 하는 법규 반대 시위…캐리 람 행정 수반 퇴진 운동으로 이어져

홍콩 중심가에서 2014년 '우산혁명'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벌어졌다. 홍콩에 거주하는 범죄 용의자들을 중국 본토로 송환시킬 수 있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2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일요일인 이날 홍콩 도심에서 주최측 추산 13만명, 경찰 추산 2만2800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홍콩 코즈웨이베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홍콩의 국회격인 입법위원회까지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우산혁명의 상징인 노란색 우산을 들고 "중국으로의 범죄인 인도에 반대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우산혁명이라 불리는 2014년 홍콩 민주화운동은 2014년 당시 경찰의 최루액과 물대포를 막기 위해 시민들이 우산을 들고 나온 데서 이름이 붙었다.
홍콩 입법위원회는 현재 범죄 용의자를 중국 본토로 넘겨줄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1997년 영국이 중국에 반환한 홍콩은 특별행정구로서 2047년까지 사법자율권이 보장돼 있다. 홍콩은 중국 반환 20년이 지나도록 중국 본토와 범죄인 인도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이로 인해 실제 지난해 홍콩 거주 남성이 대만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주했지만 관련 법령 미비로 용의자를 대만에 넘겨주지 못하면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홍콩은 중국 본토와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관할로 범죄 용의자를 넘길 수 있게 된다. 홍콩 당국은 7월 말까지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과 일부 기업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관련 법규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시위를 조직한 시민인권전선(CHRF)은 입법위원회에 즉각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규가 악용될 수 있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시위 강도를 더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등 재계에서도 개정안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현지 미국상공회의소는 홍콩 공안당국에 서한을 보내 "관련 법이 통과돼 홍콩에 거주하거나 홍콩 공항에서 환승하는 외국 기업인들이 체포돼 중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면 세계적 무역, 금융의 중심지라는 홍콩의 명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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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는 탈세, 증권범죄, 금융사기, 정보보안 등 9가지 경제 범죄는 범죄인 인도 대상에서 삭제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이날 시위에 상당수 재계 인사가 참여하는 등 여전히 반발이 거세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 폴리 로씨는 "홍콩인들이 중국으로 보내져 법정에 설 위험에 처했다"면서 "홍콩 정부가 시민들의 적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홍콩에서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책을 판매한 람윙키(林榮基)는 지난 25일 대만으로 망명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중국으로 보내질 것을 것을 우려해서다. 그는 당시 금서 판매 혐의로 중국으로 연행돼 5개월간 독방에 감금된 채 정신적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