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서 발견된 효모로 발효…고대 이집트에서도 사용한 것으로 추정

수천 년 전 사람들이 마시던 맥주가 재현됐다. 최근 이스라엘 고고학 연구팀이 옛 유적에서 발굴한 효모를 이용해 양조에 성공한 것. 효모는 지금도 빵이나 맥주, 포도주 등의 발효에 사용되지만 고대의 효모를 되살려 알코올까지 만들어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예루살렘고고학박물관과 히브리대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사용한 효모는 현재 팔레스타인 지역을 기반으로 했던 블레셋 왕국의 가드(Gath) 유적에서 발견됐다. 가드는 성경에서 이스라엘의 왕 다윗이 목동이었던 시절 던진 무릿매 돌에 맞아 죽은 골리앗의 고향으로 여겨지는 도시다.
가드 유적에서는 맥주와 포도주 등을 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용기가 다량 출토됐으며, 연구진은 이 용기에서 6종의 효모 유전자를 채취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과거 효모를 복원했는데, 과거 이집트 왕국에서 파라오가 즐겼던 음료를 만드는데 사용된 효모와 거의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이 지역에서 맥주와 포도주는 지위나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즐기는 생필품 가운데 하나였다. 깨끗한 물이 귀하고, 물이 오염될 위험이 컸기 때문에 맥주와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맥주는 보통 곡물과 물을 섞어 끊인 뒤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졌으며, 맛을 위해 과일 농축액을 첨가할 때도 있었다.
가드 유적 발굴에 참가했던 이스라엘 바-일란대의 유명 고고학자 애런 메이어 교수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이 맥주를 마셨을 때 5분 안에 우리가 죽을지 살지 알 수 있을 거라고 농담했었다"면서 "다행히 살아남아 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옛 유적지에서 발굴된 효모로 맥주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제안했던 것은 이스라엘 히브리대의 생물학자인 로넨 하잔과 마이클 클루스타인 교수였다. 여기에 맥주 전문가 이타이 구트만이 합류하면서 알코올도수 6%의 맥주가 탄생했다. 구트만은 앞서 1만 년 전 밀의 유전자를 이용해 맥주를 만든 경험이 있지만, 고대 효모로 알코올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이 맥주를 독자 상표를 붙여 상용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잔 교수는 "가장 큰 불가사의는 고대 효모가 수천 년 동안이나 땅속에서 살아남았다는 점"이라며 "맥주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단순히 파라오 시대 맥주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이번 연구가 실험고고학의 중요한 영역이라는 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