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잭슨홀 미팅 '8분 연설'에 글로벌 증시 시가총액 수천조 원이 증발했다. 최근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둔화와 경기침체 우려에도 공격적인 금리인상 속도를 유지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기조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주식시장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금융정보업체 '퀵·팩트셋' 자료를 인용해 지난 2일 기준 세계 주식의 시가총액은 95조6000억달러(약 13경302조8000억원)로, 100조달러 밑으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 개최일인 지난달 25일 대비 4조9000억달러(약 6678조7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이어 끌어올린 지난 6월 중순 이후 약 2개월 반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시가총액 감소 폭이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다. 퀵·팩트셋에 따르면 2일 기준 미국 주식 시가총액은 지난달 25일 대비 3조달러 감소한 42조7000억달러로 집계됐다. 유럽 주식 시총은 13조8000억달러로 500억달러 안팎 줄었다.
닛케이는 잭슨홀 미팅에서 이뤄진 파월 의장의 '8분 연설'에 연준이 앞으로도 기준금리 인상 등의 강력한 통화긴축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 분명히 담겼고, 이것이 시장의 분위기를 한순간에 변화시켰다고 짚었다.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시장에선 최근의 물가상승률 둔화세와 경기침체 우려 둔화에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등의 긴축 완화 입장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등장했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를 46차례나 언급하는 등 강력한 긴축 행보를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하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급변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잭슨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 안정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파월 의장은 "지금은 금리 인상을 멈추거나 쉬어갈 시점이 아니다. 높은 금리가 물가를 낮추는 만큼 느린 경제성장, 취약한 노동시장 등 가계와 기업이 어느 정도 고통을 부담하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최우선 해결 과제인 물가안정을 위해선 고금리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 고통도 감수하겠다는 의미다.
인베스팅닷컴 집계에 따르면 잭슨홀 미팅 이후 지난 2일까지 7거래일 동안 미 뉴욕증시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5.01% 추락했다. 유럽 대표 50개 기업으로 구성된 유로 스톡스 50지수는 3.36% 하락했고, 일본의 닛케이225지수는 2.34%가 떨어졌다. 한국 코스피 지수의 하락률은 1.55%였다.
채권시장도 영향을 받았다. 정부 금융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 수익률(금리)은 한때 3.5%대로 상승(채권 가격 하락)해 2007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독일의 2년물 국채금리도 1.2%대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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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강세가 가속화돼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엔화 뿐 아니라 유로, 파운드 등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 역시 20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닛케이는 미국의 공격적 금리인상 등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이 계속되고, 향후 시장의 움직임을 예측하기도 힘들어졌다고 경고했다. 마쓰모토 소이치로 크레디트스위스(CS) 일본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미 연준은 지난 10~20년간 경기침체 우려가 부상할 때마다 통화완화책을 내세워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이젠 상황이 변했다"며 "(시장의 분위기가) 완화책을 기대할 수 없는 새로운 국면으로 변한 것을 시장 참가자들이 이해하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